글그림의 애니인사이드<13> 천운을 타고나지 못해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비운의 명작, <일곱 도시 이야기>
글그림의 애니인사이드<13> 천운을 타고나지 못해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비운의 명작, <일곱 도시 이야기>
  • 단대신문
  • 승인 2017.11.21 11:26
  • 호수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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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도시 이야기> 만화판

<일곱 도시 이야기>는 『은하영웅전설』, 『아르슬란 전기』 등 유명 작품들을 저술한 일본의 소설가 다나카 요시키의 소설, 그리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과 만화 시리즈입니다. 원작 소설은 1986년부터 5년간 잡지에 단편으로 연재됐으며 1990년 3월에 출판됐습니다.

서기 2086년 지구는 자전축이 90도 기울게 되는 대전도(The Big Fall-down)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현재의 북극점이 태평양 동북부로, 남극점은 아프리카 대륙 남서쪽 모잠비크 해협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죠. 이 급격한 변화에 지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자연재해에 휩쓸리게 됩니다. 3년간 지구 전체를 덮친 호우, 지진, 화산 폭발은 100억 명의 인류를 거의 전멸시킵니다.

인류의 정치적 중심지는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지구와 달리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달의 ‘월면 도시’로 바뀌게 됩니다. 월면 도시에 세워진 범인류 세계 정부는 초토화된 지구의 재건을 위해 7개의 거점 도시를 세우게 됩니다. 영구 동토가 녹아내린 시베리아에 세워진 아퀼로니아, 빙하가 사라진 남극대륙에 세워진 프린스 헤럴드, 아열대 초원으로 변한 니제르 강 유역에 세워진 타데메카, 땅이 함몰되고 해발고도가 낮아진 티베트 고원에 세워진 쿤룬, 대서양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침식해 생긴 아마존 해에 세워진 부에노스 존데, 브리튼 섬의 중앙부에 세워진 뉴 카멜롯, 현 인도네시아 지역에 세워진 산다라.

그러나 권력을 잡은 월면인들은 지구를 영원히 자신들의 지배하에 두기 위한 장치를 마련합니다. 올림포스의 신들이 인류에게 불을 금한 것처럼, 지구의 생존자들에게서 비행·항공 기술을 빼앗았습니다. 그를 위해 구축한 24개의 무인 군사위성과 월면의 20MW 레이저 포로 이루어진 ‘올림포스 시스템’은 달의 시스템에 미등록된 지상 500m 이상 떠오른 인공 물체를 파괴하는, 그야말로 신의 번개였습니다.

자신들이 제작한 항공기의 파괴 횟수가 60번을 넘자 지구인들은 저항을 단념했습니다. 그리하여 월면인들의 열망대로 지구는 완전히 달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신을 자처한 자들의 오만함은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됩니다. 2136년 달에 운석이 충돌하게 되고 그 운석에서 퍼져 나온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의해 월면의 인류는 전멸하게 됩니다.

월면 도시로부터 도착한 마지막 통신을 통해 지구인들은 월면도시의 멸망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무인 방식으로 설계된 올림포스 시스템은, 주인을 잃고도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지구인들의 계산 결과, 아무리 짧게 잡는다 해도 올림포스 시스템을 유지하는 에너지원은 향후 200년은 거뜬히 작동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즉 지구인들은 월면도시의 지배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하늘을 봉인 당한 상황에 부닥친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구상의 일곱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바라보는 대상 이외의 하늘을 잃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구는 점점 늘어갔습니다. 공동의 적인 월면 도시가 사라지자 지구인들의 동지적 연대감은 경쟁의식과 타산으로 인해 변질돼 갔습니다. 일곱 도시는 자기방어라는 명목으로 군대를 만들기 시작하고, 마치 이것이 인류의 숙명이라고 자랑하듯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다나카 요시키의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진 작품입니다. 그러나 중편 소설로 끝나버린 탓에 후속작에 대한 요청이 끊임없이 쇄도했고, 후배 작가들의 팬픽 작품들을 모은 <일곱 도시 이야기~Shared World>라는 후속작이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소설의 큰 인기에 비해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많은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1994년, 소설의 첫 장을 장식하는 <북극해 전선> 편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특유의 중후한 작화가 일품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2부작으로 나온 탓에 전투 묘사가 허술하다는 단점과 한계 탓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후속편이 제작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일곱 도시 이야기>는 영상 매체로는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 때문인지 앞서 언급한 다나카 요시키의 다른 대표작인 『은하영웅전설』, 『아르슬란 전기』가 차례로 리메이크되는 와중에도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6일, 일본의 만화잡지 영매거진 서드 5월호에서 만화 연재가 시작돼 많은 팬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은하영웅전설』도 『아르슬란 전기』도 만화로 리메이크된 뒤 애니메이션으로도 리메이크되며 다시 한번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지요. 천운을 타고나지 못해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비운의 명작이 세상의 빛을 받을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박성환(전자전기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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