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축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다

고고고 알레알레알레 공동대표 박진형(32) 씨 이상윤 기자l승인2017.11.21l수정2017.11.27 14:22l143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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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보 촬영 중인 박 대표

Prologue

“동대문 앙리,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뚫고 슈팅! 아 골대 맞고 튕겨져 나오는 공, ‘영등포 메시’의 발에 떨어집니다. 영등포 메시! 뒤에 붙은 ‘종로 투레’를 이겨내고 왼발 감아차기, 골대 좌측 상단에 꽂히는 멋진 슈팅! 후반 89분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경기가 끝난 뒤 모니터 앞에 모여 드론 촬영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아마추어 축구 선수들. 인생 골을 넣은 영등포 메시는 유독 유난하다. 프로 축구 선수도 아닌데 왜 경기 동영상 촬영에 분석, 해설까지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만의 경기 영상을 가질 수 있다’며 반문하는 이가 있다. 아마추어 축구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콘텐츠 회사, ‘고고고 알레알레알레(이하 고알레)’의 박진형(32) 공동대표가 그 주인공. 지난 6일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고알레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아마추어 축구를 드론으로 촬영해 편집,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아마추어 선수가 축구 감독에게 축구를 배울 수 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최근에는 축구 용품을 판매하는 ‘고알레 몰’도 운영하고 있다. 나는 고알레에서 홍보, 콘텐츠 노출 및 마케팅을 담당한다.

 

▶ 고알레라는 상호가 독특하다.

브랜드 이름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회의 장소로 이동하던 윤 대표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리키 마틴의 ‘The Cup of Life(La Copa De La Vida)’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GOGOGO ALEALAEALE’라는 가사가 재밌다며 제안했다. 이 독특하고 신선한 이름은 우리처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팀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고, 우리를 많이 알아봐주시는 이유 중 팀명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트레인위드알레'에 참여중인 박대표와 선수

▶ 드론 촬영 업체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마추어 축구라는 맥락 안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드론 촬영과 편집은 큰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두자. 고알레는 콘텐츠 회사이다. 지금 하는 일은 모두 기존에 없던 영역이다. 아마추어 축구의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트렌드를 선도하며 대중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고알레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어떤 일을 하는지 이제 감이 온다. 고알레는 어떻게 시작한 것인가.

윤현중(32) 공동대표의 사연을 빼놓고는 고알레의 역사를 얘기할 수 없다. 축구광이었던 윤 대표는 20대 후반에 십자인대가 파열돼 의사가 ‘더 이상 축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당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축구를 평생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윤 대표는 기억 속에만 있는 인생 슛, 인생 패스, 인생 경기는 이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다 ‘내 축구경기를 찍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금의 고알레가 됐다.

 

▶ 윤 대표 말고도 공동대표가 있다고 들었다. 셋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

윤 대표와 고등학교 동창인 이병욱(32) 공동대표가 있다. 우리 셋은 대학에서 만나 축구라는 공통 관심사로 자주 뭉쳤다.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우리는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걸었다. 둘은 각각 회사에 다녔고 나는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윤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자며 계획을 알려왔고 고민 끝에 유학 생활을 접고 합류했다.

▲ 고알레가 촬영, 편집한 영상

▶ 유학 생활을 그만두고 고알레에 합류한 것이 대단하다. 유학 생활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대학을 다니면서 혼자 여행을 자주 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 좋았고, 남들에게도 이런 기회를 주는 일을 하면 가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지만,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는 등 벼랑 끝에 있던 내게 윤 대표가 창업을 제안했다. 그가 제안하는 ‘또 다른 가치 있는 일’은 나를 자극했고 결국 귀국을 결정했다.

 

▶주변의 반대가 심했을 것 같은데.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김치 싸대기’를 상상한다면 그건 아니다. 물론 그 이상의 각오를 하고 귀국했다. 처음에는 말을 꺼낼 용기가 없어 한국에 취업 면접이 잡혀서 왔다고 둘러댔고 매일 아침 옷을 갖춰 입고 집 밖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사실대로 말씀드렸더니 격려와 응원보다 반대와 걱정의 말이 앞서 돌아왔다. 아쉬웠지만 당시 드론으로 아마추어 축구를 촬영하는 것은 스타트업이었고, 미래가 불확실한 미개척지였기에 부모님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다.

우선 대표 세 명이 모두 드론 문외한이었다. 처음 드론을 접하고 6개월 동안은 조종 연습만 했다. 초장기에는 드론에 관한 법률(항공안전법)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또 조작법이 미숙한 탓에 드론이 공중에서 떨어지고 나무에 걸리는 일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드론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기계라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쫓아내는 분들도 있었다. 요즘은 운동장에서 드론을 띄우면 ‘고알레다’라며 알아보신다.

 

▶ 고알레가 하는 일을 ‘가치 있는 일’이라 표현했다. 이것이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나.

고알레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이것을 왜 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드론으로 아마추어 축구를 촬영하는 것도, 아마추어 축구인에게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문화와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고알레는 존재한다. 이 일을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힘든 일이 있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극복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고알레의 인지도는 축구를 좋아하는 남성들 사이에서 상당히 높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트레인 위드 알레’라는 축구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거제도에서 부산까지 매주 비행기를 타고 오는 친구가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비행기 표를 사고, 주말마다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더라. 또 다른 친구는 대구에서 카투사로 복무하고 있는데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공을 차고 내려갔다. 부대 내에서도 지겹도록 축구를 많이 할 텐데 이해가 안 됐다. 물어보니 피곤해도 너무 재밌어서 한다더라. 이렇게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분들 덕분에 오히려 많이 배우고 힘이 됐다.

 

▶ 고알레를 통해 많은 것을 이뤘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이제 출발하기 위해 신발 끈을 묶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이 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퍼트려서 아마추어 축구인이 서로 자신만의 영상을 가지고 축구로 소통하도록 돕는 것이다. 축구는 바디랭귀지이기에 언어의 장벽이 없다. 내가 브라질에 있는 친구와 서로의 플레이 영상을 보여주며 축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즐겁다.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청록색이다. 푸른 잔디를 상징하는 초록색과 드론이 날 수 있는 공간인 하늘의 파란색을 합쳤다. 청록색은 고알레 마크의 배경색이기도 한데 고알레는 나 자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실 청록색이 우울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색이라 브랜드의 대표 색으로 쓰기엔 아쉬움이 남아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나 두렵다. 하지만 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더라. 이 일을 시작하고 매일 매일 새로운 문제에 부딪힌다. 또 오늘은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걱정되기도 한다. 일단 부딪히고, 만약 안 되겠다 싶으면 깨져라.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또 도전하고 노력해서 해결하면 된다. 진심으로 좋아하고 원하는 일이라면 도전해라. 그래서 나중에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pilogue

페널티킥은 도전하는 사람만이 실축할 수 있다는 명언이 있다. 유학길을 포기하고 창업을 시도한 그는 얼마나 두렵고 걱정됐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지난날의 선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기자는 지금껏 단 한 번도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무언가를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실패할까 두려워 도전조차 않고 아프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지금껏 온전할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 후회된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쳤을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 기회가 지나갈지.

이제 알았다. 적어도 해보는 것이 자신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공을 차보기도 전에 후회하지 말자고. 그렇게 한 번 두 번 차다 보면 언젠가 내 공이 골망을 흔들 거라고.

 


이상윤 기자  기자 strangeyun@dankook.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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