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맛지도7. 남대문 칼국수 골목

눈부신 서울 한복판에 살아 숨 쉬는 추억의 파노라마 장승완 기자·안서진 수습기자l승인2018.01.09l수정2018.01.09 20:02l143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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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든든한 한끼를 선사하는 남대문 칼국수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있다. 아마 이 말의 유래는 조선 건국 이래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남대문 시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없는 물건 찾는 게 더 쉽다는 남대문 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먹자골목 1번가이기도 하다. 번쩍이는 시장의 전광판들 사이로 낮게 몸을 웅크린 채 긴 세월을 버텨내고 있는 작은 골목 중 하나가 바로 칼국수 골목이다. 화려한 남산 타워의 불빛을 받으며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50년 지기 골목. 1월의 칼바람 탓인지 정갈한 면발보다 거칠고 투박한 손칼국수가 당기는 요즘. 뜨끈한 칼국수를 먹으러 숭례문이 품고 있는 남대문 시장 칼국수 골목으로 떠나 보자.

승완 와, 사람이 정말 많은걸. 역사가 오래된 시장답게 다양한 골목이 형성돼 있어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겠어.
서진 군인 용품 거리, 안경 거리와 카메라 거리같이 특색 있는 거리부터 전통문화 체험전까지.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겠는걸?
승완 그나저나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바로 왼쪽에 칼국수 골목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잘 안 보여.
서진 어? 저기 저 비닐 문 아니야? 맞네. 칼국수 골목이라고 쓰여 있어. 그냥 들어가면 되는 건가?
승완 비밀의 문처럼 숨겨져 있네. 이런 골목은 처음 봐. 마치 저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같아.
서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 보자. 맛있는 냄새가 벌써 나는 것 같아.
승완 포장마차처럼 돼 있구나. 추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따뜻하다. 모든 가게가 한 번쯤은 매체에 소개됐나 봐. 유명하지 않은 곳이 없어.
서진 여기저기서 호객 행위가 치열하네. 이모들이 다들 나보고 예쁜 언니래. 인기가 많아진 기분이야. 여기 정말 좋다.
승완 미안하지만, 입구부터 팔을 잡아끄는 치열한 호객 행위는 남대문 칼국수 골목의 전통이야.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지.
서진 메뉴판을 봐봐. 전부 다 칼국수를 시키면 비빔냉면이, 보리밥이나 찰밥을 시키면 칼국수와 냉면이 서비스야. 심지어 가격은 전부 5천 원이네.
승완 역시 6·25전쟁 이후 허기진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던 골목답게 양과 서비스는 최고네. 한 골목에서 50년 이상 같은 음식을 팔아서 맛 또한 어느 음식점이 다 비슷한 게 특징이야.
서진 그렇다면 어느 집에 갈지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네. 그럼 따뜻한 난로가 있는 저 집으로 가자.
승완 기다리면서 칼국수가 만들어지는 걸 보는 것도 정말 재밌다. 맞은편 식당 이모 말씀을 들어보니까, 저 빠른 손놀림은 한 명이라도 더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시작됐대. 오, 벌써 우리 음식이 나왔다.
서진 와, 맛있겠다. 멸치를 우려낸 육수에 각종 양념과 고명이 어우러지고, 짭짤한 조미김까지 더해진 이 국물. 한 모금 마셨더니 위장 깊숙이 따뜻해지면서 어제 먹은 술이 해장 되는 것 같아. 국물을 마셨는데 따뜻한 온천탕에 들어온 이 기분은 뭐지?
승완 나는 쫄깃한 면에 국물을 수줍게 머금은 유부를 얹어서 먹어볼 거야. 부드러운 유부와 탄력 있는 면발이 춤을 추고, 유부에서 빠져나온 국물까지 더해지니 더는 바랄 게 없다!
서진 칼국수 먹고 있는 사이에 비빔냉면이 서비스로 나왔어. 냉면 위를 장식하고 있는 이 오이랑 당근을 비롯한 채소들이 정말 조화로워. 나는 평소에 채소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렇게 같이 먹으니까 먹을 만한 것 같아.
승완 칼국수랑 냉면의 궁합이 기가 막히게 맞아. 매콤한 냉면을 한 입 먹고, 살짝 불어 통통해진 칼국수를 바로 먹으니 서로 어우러져 감싸주는 맛이 감동적이야.
서진 그게 바로 50년 전통에서 나오는 세월의 맛이 아닐까? 안 되겠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나는 한 그릇 더 먹어야겠어.
승완 여기는 9번까지도 면이 공짜로 리필되니까 자제력을 잃으면 큰일 난다구. 하지만 절로 옛 추억이 떠오르는 이 칼국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 이모 여기 한 그릇 더요!


장승완 기자·안서진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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