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규 기자 : 사진으로 본 북한, 색안경을 벗어던지다
진천규 기자 : 사진으로 본 북한, 색안경을 벗어던지다
  • 이병찬 기자
  • 승인 2018.03.06 15:17
  • 호수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미 언론인 - 진천규(토목공·82졸) 동문
▲ 북한의 한 비행장에서 관계자와 함께한 진천규 동문

Prologue

우리나라는 현재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쳐 어느덧 분단된 지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남과 북은 갈라져 상대를 부정하고 적대하기도, 때로는 6·15공동선언과 같은 화합과 이해의 장을 펼치려 노력했었다. 그러나 떨어져 있던 시간이 많다 보니 서로에 대한 오해와 믿음이 부족한 상태이다. 특히 지난 10년간 남과 북의 관계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과 같았다.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되는 요즘 화해의 불쏘시개가 되고자 하는 이가 있다. 바로 우리 대학 78학번 동문이자 경인일보, 한겨레신문 등등 많은 언론사 경력과 함께 6·15남북공동선언에서 기념비적인 사진을 찍은 진천규 재미 언론인이다. 더욱 원활한 남북관계를 위해 스스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그를 지난달 23일 죽전캠퍼스 단대신문사에서 만났다.

 

▶ 사진기자가 되고자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중학교 때부터 사진이 취미였다. 72년도 즈음부터 혼자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구하기 힘들었던 카메라가 집에 있었기에 이를 기회 삼아 경치 사진이나 인물 사진을 찍는 것을 취미로 두었다. 그러다 단대신문사에 들어와 사진부 기자가 되었고, 이때의 경험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해 사진기자가 되고자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대신문 활동이 현업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나.

단대신문에서 ‘민족과 전통의 자취를 찾아서’라는 코너를 취재할 때 가장 많이 배운 것 같다. 단대신문에서 사진부 기자로 일하며 취재하다 보니 현직을 선택하는데 직접적인 계기가 될 정도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었다. 특히 단대신문에서 다양한 곳에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지방에 내려갈 시 출장비 명목으로 지원을 해줘서 사진을 보다 감각적으로 찍을 수 있게 도와준 것이 감사하다.

 

▶ 현재까지 수많은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무엇인가.

2000년 6‧15공동선언이 탄생한 남북정상회담을 청와대 출입 기자로 수행 취재를 했다. 당시 목란관 만찬장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게 웃는 모습으로 양손을 맞잡아 올린 모습을 기록한 것이 사진기자 생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북측에서도 많이 알려져 이번 방북취재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 진천규 동문이 찍은 2000년 6·15 공동선언 사진

▶ 북한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겨레신문 재직 당시 최초의 평양 특파원이 꿈이었다. 계기는 분단된 조국에서 서로에 대해 알게 하는 것이 소원이었기 때문에 북한을 직접 취재하게 됐다.

 

▶ 방북취재의 기회는 어떻게 얻었나.

현재 미국 시민권자와 한국국적자 모두 북한 출입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나는 특별하게 대한민국 국적에 미국의 영주권이 있다. 대한민국의 법상 대한민국 국적의 타국 영주권자는 북한 방문에 있어서 허가사항이 아니고 신고사항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나는 방북취재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한겨레신문에 재직했던 경력과 6·15 정상회담에서의 사진기사를 북한 측에서 좋게 받아들여 방북취재의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북한을 취재하는 것은 세간에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어떤 사람들은 북한 안내원이 감시해 곤란하지 않았냐고 묻기도 한다. 물론 감시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뉴욕을 가든 런던을 가든 외국인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드물다. 해외여행을 가면 관광가이드와 함께 다니며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북한의 안내원은 관광가이드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의 북한에 대해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언론인 같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론에서 가장 북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분단 체제에서는 서로가 적이기에 잘못된 면만을 보여주려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같은 건물에 금이 갈 수 있다. 짓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금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남과 북 양측 언론은 이런 좋지 않은 일부를 마치 전체인 양 왜곡 보도를 하곤 한다. 왜곡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 통일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대학생이 많은데.

분단체제에서는 서로 적이 되고, 왜곡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현세대의 대학생들은 이런 환경의 희생자이다. 그동안 언론이 편향된 사실만을 알려주고 있는 그대로는 알려주지 않는 등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했다. 그렇기에 이제는 제대로 된 언론이 필요하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 모두 서로에 대해 나쁜 소식만을 접해왔기 때문에 상대방을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 기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진실을 알릴 때이다. 사실을 사실로만 보도해 사람들이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사실을 알게 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남한과 북한은 서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일이 없도록 정치체제와 같은 복잡한 이야기는 빼놓고 문화, 역사, 지역 특산품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통일 TV’ 설립을 추진하려 한다. 대화할 때 양측의 견해를 들어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듯 우리의 입장만 생각하지 않고 북쪽의 입장 또한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남과 북은 70년 동안 단절돼 있다 보니 오해와 불신이 만연한 상태이다. 그 이유는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통일 TV를 설립해 제대로 된 사실을 알릴 것이다.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늘색. 한반도기의 색깔인 하늘색이 본인의 도전의식과 진취적인 기상에 어울리는 색인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하면 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실의에 따라서 남이 아닌 자신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면 그에 필요한 능력과 좋은 선후배 등 넓은 인간관계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자기 출신 대학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대학 시절 동안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자질과 경쟁력을 갈고닦는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겨라.

 

Epilogue

10년 만에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로 경색돼 있던 남북관계에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남북관계가 더 큰 위기의 국면으로 갈지, 아니면 핵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게 될지는 2018년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의 가장 큰 관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너무나도 모르고 살았다. 또한,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쌓고 있다. 2008년 이전의 10년을 되돌아보면 6·15 남북정상회담부터 시작해서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이 지속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런 시기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과거 독일이 통일하기 전에 동독과 서독이 서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있었던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진천규 언론인과 같은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시작해 평화적 분위기로 발전하는 그날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이병찬 기자
이병찬 기자

 fifthseason@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