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리처드 니스벳『생각의 지도』
문화 - 리처드 니스벳『생각의 지도』
  • 김한길 기자
  • 승인 2018.03.06 18:02
  • 호수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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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열’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기

 

<이 도서는 이건식(국어국문) 교수의 추천 도서입니다.>

저 자 리처드 니스벳

책이름 생각의 지도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04.04.13.

페이지 p.248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열등한가? 이 질문에 ‘맞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현대에도 있다면 무식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것이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자. 당신은 진정으로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가.

과거 서양인은 본인들이 동양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아시아에는 공간만 있고 시간은 없다”는 말을 남기며 동양인을 서양인보다 열등한 존재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헤겔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방식이 다른 것일 뿐,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한다. 그는 어떤 이유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비밀은 이 책의 제목에 숨어있다. 생각의 지도. 우리는 길을 잃으면 지도를 꺼낸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는 ‘연구’라는 지도를 통해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는 책의 서론에서 언젠가 중국 출신 대학원생 제자가 한 한마디가 자신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힌다.

“교수님, 교수님과 저의 차이점이라면, 저는 세상을 원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교수님은 세상을 직선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저자는 처음엔 매우 당혹스러워하며 이 제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서구의 지적 전통을 물려받은 학자로서 인간의 사고 과정은 보편적이라고 믿었다. 즉, 서양 사람들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상관없이 같은 방법으로 생각하고 지각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후에 사고방식이란 것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훈련을 통해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문화적‧역사적 배경에 따라서 동서양의 사고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가.

이를 추적하기 위해 그는 역사적‧철학적 증거와 함께 민속 지학, 조사연구 같은 현대 사회과학의 연구 결과를 모두 동원했다. 그는 결국 수많은 연구 끝에 서양인은 ‘개인의 자율성’과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는 데 반해, 동양은 ‘개인 간의 관계’와 ‘사물의 맥락’을 중시한다고 결론 내린다.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이 책의 1장에서부터 7장까지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생기게 된 배경을 동서양의 사상적‧문화적 사례로 설명하고, 다양한 연구들을 소개해 동양인과 서양인이 어떻게 다르게 지각하고 사고하는지를 제시하며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사고가 다름을 이해함으로써 더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서양의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 차이가 생물학적 요인이 아닌 교육과 환경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해 인종주의적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아직까지도 동양인이 열등하다고 떠들고 다니는 헤겔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어떨까. “헤겔, 넌 틀렸어. 우리는 열등한 게 아니라 단지 너희와 다를 뿐이야!”

 

 

김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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