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회 대학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
제 41회 대학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
  • 단대신문
  • 승인 2018.03.07 10:55
  • 호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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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곽민정, 「지구는 순이를 구할 수 없다」(소설)
가작 : 임소중, 「Hole」(희곡)
심사위원 : 박덕규(소설가, 문예창작과 교수), 최수웅(스토리텔러, 문예창작과 부교수)
 

  모든 이야기는 결국 독자들과의 대화다.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문장을 나열할 수는 있어도 작품을 꾸리기는 어렵다. 이번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느낀 까닭은 여기에 있다. 전체적으로 화자 혼자만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화에는 상대가 필요하다.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늘어놓지 말고, 독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창작자는 자기 말에 함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타인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세상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소통하지 못하면 이해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에 공감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것이 심사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한 기준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 창작자를 지망하는 이들은 먼저 소통의 방법을 고민하고 연습하기를 권한다.

  이러한 훈련과 함께, 각 매체와 부문의 특징을 작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소설이면 문장의 힘이 느껴져야 하고, 희곡이면 상황 연결이 자연스러워야 하며, 평론이라면 논리의 전개가 치밀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완성도 있는 창작물이 만들어진다. 이 기준을 통과한 응모작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심사를 진행했다.
 

  ‘흉터’와 ‘자살조력자’는 나름의 구성을 갖추었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하지만 오직 화자의 입장에서만 서술되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개별적 인물이지만, 동시에 특정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표성이야말로 소설이 개인의 삶을 다루면서도 보편적인 동감을 획득할 수 있는 힘이다.

   ‘고기 잡는 날’은 갈등을 제시하고 해소해 나가는 이야기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다만 관계가 지나치게 한정적이고, 주요 인물인 아버지의 상황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기에, 그 해결도 표면적인 봉합에 그치고 말았다. 지나친 정보의 나열은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제시되어야 마땅하다.


  ‘Hole’은 무엇보다 희곡의 특징을 반영했다는 사실이 돋보였다. 희곡은 무대상연을 전제로 하기에 장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그만큼 상황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주제의식이 다소 불분명하며, 불필요한 대사가 많다는 단점도 확인되었다. 이러한 성취와 한계를 모두 고려하여, 가작으로 선정했다.

  ‘지구는 순이를 구할 수 없다’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창작자의 시야가 한결 넓고, 그만큼 다채로운 관점에서 사건이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다소 급박하며 상투적인 결말이 끝내 아쉬웠지만, 앞으로 수련을 통해 충분히 극복하리라 믿는다.

  대화가 인간의 본능이듯, 이야기도 욕망에 바탕을 둔 행위다. 그러하기 때문에 무작정 표출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가다듬어 제시할 때 가치가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창작은 결코 단발적인 활동이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이다. 모두 정진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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