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회 대학문화상 운문(시) 부문 심사평
제 41회 대학문화상 운문(시) 부문 심사평
  • 단대신문
  • 승인 2018.03.07 11:12
  • 호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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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이병훈, 「떡볶이」
가작 : 여한솔, 「아이돌 인어클럽」
심사위원 : 오민석(영어영문학과, 시인), 임수경(교양학부, 시인)
 

이번 <2018년 대학문화상> 시부문에서는 실로 놀라운 심사가 진행되었다. 작년보다 분량으로 적은 투고율에 심사위원들끼리 문학의 운명을 운운하던 차에 두 명의 학생의 등장으로 전율을 느꼈다. 이병훈의 ‘떡볶이’ 외 16편과 여한솔의 ‘아이돌 인어클럽’외 6편은 당장 시집으로 묶어내어도 무관한, 기성시인의 수준을 가진 역량을 보여주었기에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만장일치의 뜻이 모여졌다.
 

대상작인 이병훈의 ‘떡볶이’외 16편은 시적 이미지의 전개가 독특하다는 장점이 있다. 응모작 전편에서 그만의 이미지와 시적 언어가 만들어낸 형상화가 독자와의 공감으로 이어지고, 시적 완성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떡볶이’에서는 ‘안경’에서 ‘계산’으로, ‘신발’과 ‘식탁’, ‘망고’와 ‘블루베리’ 등 이질적인 단어의 연결임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간격이 일정하여 독자들의 읽는 속도를 고려한 듯한 시인의 여유로움까지 보였다. 이런 과감한 모험이 앞으로 그의 시적 행보에 거침없는 도전이 될 것이다.
 

가작인 여한솔의 ‘아이돌 인어클럽’은 ‘아이돌’과 ‘인어’, ‘클럽’이 가진 신세대적 감성을 가볍게 내세우면서 존재에 대한 성찰과 자기확인이라는 묵중한 주제를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다. 전체 응모작을 보아도, 짧은 단상들의 자연스러운 전환은 기교적인 면에서 탁월하며, ‘나’와 ‘너’ 사이에서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하는 관계성에 대한 사유는 내용적인 면에서 습작기간이 오래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했다. 어둡지만 희망을 내재하고 있는 그만의 시 세계는 그를 더욱 성숙하고 만개하게 할 것이다.
 

올해에 당선이 되진 못했지만, 강서준의 ‘동복’과 임수현의 ‘오늘의 태풍과 내일의 빗물’, 이동용의 ‘연어’와 이보현의 ‘비너스 301호’ 등의 작품에서도 흥미로운 심사가 진행되었다. 이들이 좀 더 정진된 모습으로 우리 시단에 활개 치는 모습을 기약해봄직도 하다.
 

시를 쓴다는 건, 참 외로운 일이다. 외로움을 스스로 선택하여 뛰어든 모든 학생들이 그 외로움을 오래오래 육포를 씹듯이 즐길 줄 아는 건강한 시인들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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