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변호사 : “뜻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진실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김수정 변호사 : “뜻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진실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 양민석 기자
  • 승인 2018.03.13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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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향 김수정(48) 변호사

Prologue
<검사외전> <변호인> <굿 와이프> <마녀의 법정>……. 최근 한국에서 법정을 소재로 다룬 영화·드라마가 대중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부정부패를 속 시원하게 타파하는 극적인 재판 과정의 이야기는 사회 정의의 실현을 열망하는 대중에게 잊지 못할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눈앞에 나타난 실제 판결은 국민의 바람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 과연 극 중의 속 시원한 이야기는 허구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떠도는 한낱 뜬구름으로 머무르기만 하는 것일까.
 

▲ 법무법인 지향 김수정(48) 변호사


여기 인권 개선을 위해 18년째 불꽃 튀는 법정공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다. 자신이 노력하는 작은 일들이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옹호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변호사 김수정(48) 씨. 한 사람의 피해자로부터 수만 명의 권리자까지.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공정한 사회를 꿈꾸는 그를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의 법무법인 지향 사무실에서 만났다.
 

주요 소송 사건

2001~2005

호주제도 위헌 소송

2001~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변론 및 위헌 소송

2005~2012

노희찬 의원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사건 변론

2008~2011

문경 민간인학살 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

 

▶ 대학생 시절 사회운동에 전념하다가 뒤늦게 변호사라는 꿈을 꾸었다고 들었다.어린 시절부터 법조인을 꿈꿔 법대에 진학했다. 그 이후 사회의 모순에 눈을 뜨고 학생운동에 참여해 몇 년 동안 학업에서 손을 뗐다. 그러다 마땅한 직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 변호사 공부를 시작했다.


▶ 당시 학생운동을 하다가 시국사범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는데.
그때 구치소에서 일종의 준법을 약속하는 반성문을 썼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반성문을 빨리 쓰고 운동권에 다시 합류하라는 학교 쪽 지휘부의 방침에 고민 끝에 반성문을 쓰기로 했다. 이로 인해 집행유예로 석방될 수 있었지만, 그때의 일은 아직도 심리적인 아픔을 준다. 내게는 용기 있었던 일로 기억되기보다는 쉽게 양심을 저버렸던 부끄러운 기억이다. 또한 이 기억 때문에 양심을 지키려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변호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 학생운동의 경험이 지금의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에 영향을 줬었나.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이 되기를 꿈꾸는 그 시절의 열망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의 삶의 방향 설정에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약자들이 짓밟히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인권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마음가짐과 행동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서 국정자문위 제출 기자회견 현장


▶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송 사건은 무엇인가.
하나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굳이 뽑으라면 가장 미숙했던 변호사 일 년 차에 참여했던 호주제 위헌 소송 사건. 법정뿐만 아니라 언론 인터뷰와 토론회까지 참여하며 5년 동안의 치열한 투쟁 끝에 호주제 폐지라는 뜻깊은 결과를 얻어냈다.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가부장적인 제도의 존립 여부를 흔들고 성 평등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변화의 계기라 즐겁게 참여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 호주제가 폐지 된 지 13년이 흐른 지금 페미니즘 열풍이 불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한국의 법과 제도는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성차별을 규율하는 법과 제도가 하나하나씩 정비되며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러나 OECD 기준 하위권에 머무르는 여성의 사회진출 관련 지표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한국 사회의 권력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과거와는 다르게 여성이 큰 지위를 획득했다고 일부 사람들이 착각하기도 한다.


▶ 현재 맡은 변호사 업무가 무엇인가.
미군 기지촌 피해여성 손해배상 소송, 낙태죄 위헌법률심판 소송, 변호사 1년 차 시절부터 참여한 양심적 병역 거부 위헌법률심판 소송의 대리인단을 맡고 있다. 또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직을 맡는 등 아동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다.

 

▶ 무려 18년 동안 양심적 병역 거부 위헌 법률 심판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18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한 채 감옥에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 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또한 앙심적 병역 거부자를 대상으로 한 대체복부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고 있어 그들을 위한 구제 방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 책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심적 부담감이 클 수 있는 법 관련 업무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사건의 판결은 한 사람의 삶의 무게부터 사회적인 책임까지 얽혀있는 복잡하고 인간적인 문제이다. 사건의 무게, 의뢰인의 삶의 무게 그리고 사회적 무게까지 짊어져야 할 때 버거움을 느낀다. 이와 관련해 2013년 울산 계모 아동 학대 사건의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판결은 일부 승소였고, 이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아동 인권 의식에 무관심했던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영이(가명)의 억울함을 뒤늦게 들어준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꼈다. 법조인만이 결정지을 수 있는 단순한 삶의 결과가 아니었다.


▶ 하지만 끝내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에 후련함도 느끼지 않았나.
잘못된 사회 풍토에 의해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고통받았던 소수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불합리한 사회 제도를 바꿨을 때는 통쾌함을 느낀다. 당장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 성과가 있을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맛에 내가 변호사를 한다.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지개색. 김수정은 공익을 추구하는 변호사이자 밥벌이를 고민하는 직업인, 때로는 방탕한 삶을 살고 싶은 어른, 평범한 두 딸의 엄마이다. 각기 다양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나 자신의 자아를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느덧 대학을 졸업한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때 나는 미래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세상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보면 어떤 면에서는 젊은이들이 그때보다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목격한다. 괜찮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 어른세대로서 많이 미안하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이 끝은 아니므로, 앞으로도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그 나아가는 길에서 함께 했으면 한다.

 

Epilogue
어린 시절 부모님 자동차의 카 오디오에서 질리게 들었던 추억의 노래들이 있다. 산울림의 ‘청춘’, 비틀스의 ‘A Day In The Life',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등.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 옛날 생각이 나서 그 노래들을 찾아서 다시 들어봤다. 어린 시절에는 잘 몰랐는데, 매력 있는 멜로디 속 진지하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들이 꽤 있었다. 가수들은 음악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어떤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었고 청자들은 그 울림에 공감하며 삶을 살아갈 힘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외친다는 것. 그리고 함께 사는 이웃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 이제 22살이 된 기자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는 문장인가. 나는 진실하게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에 준비된 사람일까. 인터뷰가 끝나고 바쁘게 변호사 일터로 돌아가 사회와 소통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운 노래의 잔음처럼 여운이 짙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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