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글쓰기를 결심하고 얼마 후,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게 천직일 거라고 여겼을
엄마에게 문득 고백하고 싶어졌다.
외할아버지가 계시는 현충원으로 가는 버스에서 두 손 가득 음식을
들고 있는 엄마 손을 잡은 다음 장난스럽게 엄마하고 불렀다.
그러곤 오랜만에 수줍은 말투 표정으로 성큼 다가가서 조심스레 속삭였다.
"나, 작가가 되고 싶어!"
엄마는 산뜻하게 웃으면서 "사진작가?"라고 물으셨고,
나는 "아니! 글 작가가 되고 싶어! 나, 만화작가도 되고 싶고
사진작가도 되고 싶은데,
글 쓰는 작가가 먼저 되고 싶어! 그리고 다 하고 싶어. 다 하고 살 거야!
욕심쟁이인데 어쩔 수 없어. 그렇지?"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일종의 다짐이었다.
엄마는 "그러네" 하고는 미소를 머금으셨다.
대화가 끝난 후에도 엄마의 눈에는 상념이 꽤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 같았다.
철없는 나는 꿈꾸는 딸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듣고 싶어 넌지시 물었다.
"엄마 무슨 생각해?"
하지만 엄마는 고개만 갸웃 입만 비죽 하실 뿐 아무 말씀도 않으셨다.
엄마에게 확실히 응원받고 싶은 마음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물었지만,
묘한 표정을 안으신 채로 창 밖만 바라보시다 끝내 대답을 삼가셨다.
그때 처음으로 엄마의 22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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