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구역
위수구역
  • 이병찬 기자
  • 승인 2018.03.13 18:52
  • 호수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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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27 : 자유를 빼앗는 새장인가 생존을 위한 터전인가
▲ 출처: 뉴시스

[View 1] 군인
부모님, 여자친구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나는 군인이다. 며칠 전 군에 입대하고 처음으로 외출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완벽한 자유는 아니었다. 위수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 밖으로는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위수지역의 상인은 우리를 돈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그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우리에게 대우는 해주지 못할망정, 위수지역이라는 제약에 걸린 것을 약점 삼아 자신들의 배를 불리려 한다. 그나마 최근 위수지역 폐지가 논의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위수지역이 폐지되면 군인들이 대도시로만 가기 때문에 자신들의 상권이 몰락한다며 반대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오직 자신의 잇속만을 위해 서비스나 가격정책 등 경쟁력을 높일 생각은 안 하고, 많아야 한 달에 20만 원 남짓한 돈을 받는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그들은 벼룩의 간을 내어먹는 것 아닌가.
 

물론 그들도 생존을 위해 상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의 상권을 위해 왜 우리가 희생을 강요받아야 하는지, 당신이 우리와의 상생을 위해 도대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이다.

 

[View 2] 위수지역 주민
우리 도시는 지리적으로 휴전선에 인접하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군인인 군사도시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군부대와 상생 협력관계로 지내고 있는, 가족과 다름없는 밀접한 관계인 것이다. 이로 인해 군인과 면회를 온 군인 가족 등을 주 고객으로 하는 상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지난 60여 년의 세월 동안 군사시설 및 군사지역 보호법이나 개발제한 등과 같은 수많은 규제를 꼬리표처럼 달고 살아온 우리들에게 위수지역 폐지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다. 우리 지역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물론 군인의 인권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복귀해야 하는 군인의 특성상, 위수지역 제도가 인권침해라고 보기는 힘들다. 군인의 인권 못지않게 주변 지역 주민의 생존권 보장 또한 훼손돼서는 안 될 기본적인 가치이다. 현재 훈련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및 유탄 피해 등으로 인해 우리 지역민의 안전과 재산은 항상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수지역 폐지로 우리 지역의 상권마저 죽어버린다면 우리는 정말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지역주민과 군인 간의 불신과 갈등을 초래하는 정책이 아닌, 위수지역 주민들과 군부대가 상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Report] 위수지역 폐지
위수지역이란 군부대가 담당하는 작전 지역 밖으로 군인이 최대한 나갈 수 있는 외박 및 외출 허용지역이다. 위수지역의 취지는 비상시 영외 인원을 신속히 소집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보통 부대에서 1~2시간 이내에 복귀할 수 있는 거리에 설정된다.


그러나 양구, 인제, 화천 등 군사도시에서는 이러한 위수지역의 특성을 악용해서 외출, 외박을 나온 군인과 가족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물리는 것이 종종 문제가 되곤 한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군인의 외출·외박구역 제한 제도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 군부대가 있는 접경 지역 상인들은 생존 기반이 무너진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반면, 장병들은 군부대 인근 바가지 물가와 저급한 서비스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위수지역 폐지는 군인과 지역주민의 상생과 협력을 위해 반드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위수지역 폐지와 관계없이 군인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것은 없어야 할 것이며, 정부에서는 접경지역의 불안정한 경제기반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제한 완화 및 산업 인프라 구성을 위한 투자로 군인과 지역주민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병찬 기자
이병찬 기자

 fifthseaso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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