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이즈 힙스터? / 힙스터 체크리스트
후 이즈 힙스터? / 힙스터 체크리스트
  • 『후 이즈 힙스터?』 저자 문희언
  • 승인 2018.03.20 17:19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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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 대백과 1
 힙스터 문화를 소개하는 코너 ‘Hipster 대백과’를 시작합니다.<편집자주>

 

▲ 일러스트 채은빈 기자

『후 이즈 힙스터?/ 힙스터 핸드북』이라는 책에 실린 ‘힙스터 체크 리스트’의 일부다. 인터넷상에 퍼져나간 이 체크리스트를 보고 사람들은 ‘너무 서울 중심적이다’, ‘이제 와서 힙스터라니’, ‘나는 해당 사항이 없으니 힙스터가 아니다’, ‘진짜 힙스터가 보면 비웃겠다’라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프라인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책을 소개하기 위해 만난 서점의 MD, 기자들은 힙스터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었다며 ‘힙합’과 혼동하여 래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힙스터(hipster)’라는 단어는 어떤 사람에게는 비웃음을 살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재미있는 말이다.


힙스터는 1940년대 미국의 재즈 팬을 지칭하는 ‘힙(hip)’에서 나왔다는 것이 통설이며, 유래를 이야기할 때 그 뿌리가 되는 것으로 많은 사람이 ‘비트 세대’를 꼽는다. 비트 세대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적 풍요 속에서 과도한 자본주의적 사고가 인간 정신을 파괴하고 사회적 평등에 대립하는 것으로 봤다. 소비 중심 문화를 반대하며, 부모 세대의 혐오감에 맞서 싸웠다. 이후 비트 세대의 이런 정신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던 1960년대 말의 ‘히피 세대’를 지나 현재의 힙스터로 이어졌다.


1990년대부터 많은 예술가나 지식인이 뉴욕 맨해튼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서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일대로 이주했는데, 그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사상과 취향이 비슷했다. 그들은 주로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업계에 종사하는 이삼십대 젊은이였다. 사상적으로는 독립적인 가치와 생각을 중시하고 진보적인 정치 성향과 자연 친화성을 가졌으며, 대안적인 삶과 비주류 예술을 지지했다. 이들을 특별히 가리키는 말은 없었으나, 윌리엄스버그에 살던 로버트 랜햄이 2004년에 『힙스터 핸드북(The Hipster Handbook)』이라는 책을 발표한 이후로 힙스터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뉴욕의 문학 잡지 「n+1」의 편집자인 마크 그레이프는 「뉴욕 타임스」에 ‘거울 속에 힙스터’라는 칼럼을 통해 힙스터는 자신의 사회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취향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문화적 자본의 차이가 취향의 차이를 낳고, 문화적 자본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 짓게 되고 강화한다면서 언급한 ‘구별 짓기’와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이 말한 유한계급이 ‘과시적인 소비’를 통해 다른 계급보다 우위에 있음을 자랑한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힙스터는 현재 유행하는 하위문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흡수하는 이삼십대로, 전 세계의 어느 대도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터넷과 운송업의 발달로 돈 있고 유행에 민감하며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지 뉴욕의 인기 있는 인디 밴드의 최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뉴욕 브루클린의 한 공장에서 만든 옷을 살 수 있고, 뉴욕의 한 농장에서 수확한 오이로 만든 피클을 살 수도 있다. 전 세계 누구라도 뉴욕 힙스터와 똑같은 제품을 소비할 수 있고 비슷한 취향을 가질 수 있다.


힙스터는 ‘문화적 자본’을 갖고 있으며 그 자본을 다른 계층과의 차별을 두기 위해 사용한다. 그들이 물건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고 질이며, 누가 만든 것인지가 중요하다. 명품보다는 싸지만 대량 생산된 상품보다는 비싼, 그들이 생각하기에 적절한 가격의 물건을 소비한다. 자신에게 친숙한 브랜드의 물건을 주로 선택하며, 친숙하다는 것은 일상에서 많이 접한 것으로 주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새 그들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같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며 비슷한 소비 성향을 보이는데, 한마디로 힙스터가 보여주는 생활양식의 선택 기호가 그들만의 계급 지표를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그들이 ‘문화적 자본’을 이용해 이룩한 취향과 기호는 다른 계급에 이질적으로 다가오고,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힙스터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유형의 재화와 무형의 문화를 소비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위의 ‘힙스터 체크 리스트’의 항목처럼 한 집단의 획일적인 소비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힙스터라는 단어가 비웃음을 사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힙스터 체크 리스트’가 보여주듯이 지금까지 사람들이 힙스터를 이야기할 때는 힙스터가 소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만을 했다. 누가 그것들을 더 많이 아는지 앞 다투어 나열했고, 더 많이 알수록 힙스터에 정통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힙스터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는지만 떠들었다. 힙스터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산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힙스터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힙스터’를 쫓는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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