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쌓아올린 울타리(Fence)가 펜스(Pence)를 만들어냈다
타인에게 쌓아올린 울타리(Fence)가 펜스(Pence)를 만들어냈다
  • 장민우(국어국문·3·휴학)
  • 승인 2018.03.20 17:22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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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룰, 불가피한 선택

최근 들어 미투 운동을 통해 각종 SNS와 언론에 성 추문 사건들이 폭로되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배우, 작가, 정치인 등 대중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접해왔던 저명인사들의 추행 사실 폭로는 우리 사회의 조직 내 성 인식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한편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투 운동을 가장한 거짓 고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펜스룰(Pence Rule)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펜스룰은 미국의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한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에 기인한 것으로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제외한 다른 여성과 사석에서 단둘이 만나지 않는다는 규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투 운동의 부작용에 대한 여파로 인해 여성 직원을 채용하지 않거나 업무적인 형태의 접촉도 제한하는 등 여성과의 소통 자체를 단절하는 극단적인 형태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펜스룰이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라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펜스룰에 대한 논의에서도 남녀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여성들은 펜스룰을 젠더 권력에서 기인하는 또 다른 성차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부는 펜스룰을 찬성하는 것이 스스로 성범죄자임을 시인하는 것이라는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남성들이 펜스룰을 지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펜스룰이 그들의 안위와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성범죄는 그 특성상 물적 증거가 존재하기 어렵다. 따라서 성범죄자는 정황 증거와 피해자의 일관된 증언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성범죄는 객관적인 사실 파악이 힘들어 피해자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범죄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남성의 입장에서는 이를 사전에 조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스스로가 추행을 의도하지 않았어도 상대방이 추행이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펜스룰은 성폭력 무고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남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어기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펜스룰은 극단적인 남녀 단절의 형태를 넘어 상호 배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강요하고 있다.

 

장민우(국어국문·3·휴학)
장민우(국어국문·3·휴학)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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