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보는 힘, 통찰력 : 세탁 일을 할 건가, 제후가 될 건가
가능성을 보는 힘, 통찰력 : 세탁 일을 할 건가, 제후가 될 건가
  • 미래인문학 연구소 권영민 소장
  • 승인 2018.03.20 18:02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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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미래 인문학

4차산업혁명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통찰의 사전적 의미는 ‘환히 내다봄’인데, 통찰은 현재는 물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입니다.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감(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감’은 일이 마무리된 이후에 아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작은 행동이나 사건을 통해서 전체를 읽어내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고전《주역》에 ‘기미(幾微)’라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옆의 그림은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죄수로 보이는 노인이 감옥 안에서 젊은 여인의 젖을 빨고 있고, 여인의 우측 뒤로는 병사들이 이런 모습을 음탕한 눈빛으로 몰래 훔쳐보고 있습니다.그런데 정작 이 그림 속 여인은 노인의 행동에 전혀 저항하거나 반항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언뜻 보면 외설스럽게 보입니다.
 

이 그림은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가 그린<시몬과 페로>라는 작품으로, <고대 로마인들의 기억될 만한 행동과 결과들>이라는 책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그린 작품입니다.

▲ 페테스 파울 루벤스, <시몬과 페로>, 1630

“옛날 로마시대의 시몬이라는 사람은 죄를 짓고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감옥에서 굶겨 죽이는 것이었다. 이 노인에게 페로라는 딸이 아버지 면회를갔는데, 굶겨 죽이는 형벌이었기에 먹을 것을 일절 가지고 갈 수 없었다. 아버지가 굶어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딸은 아버지에게젖을 먹여 생명을 연장했고, 딸의 효심 덕분에 아버지는 결국 석방되었다."


구글이 2006년에 동영상 커뮤니티 기반인 유튜브의 잠재성을 보고 당시 1조 6천억 원의 거액으로 인수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8년 뒤인 2014년 구글이 실리콘밸리 작은 스타트업 하나를 인수하는데, 유튜브의 두 배가 넘는 4조 원을 들였습니다. 구글이 이렇게 큰돈을 들여 인수한 회사가 작은 온도 조절기를 만드는 ‘네스트랩스’라는 회사입니다. 정두희 작가는 자신의 저서《기술지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온도 조절기는 집 중앙에서 거주자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수집해 자가학습을 한 다음 거주자에 맞춰 집 안 온도를 조절해 준다. ······ 앞으로 다가올 스마트 홈 시대를 선점하는데 있어 이 작은 기기가 결정적인 교두보 역할을 하리라 본 것이다.”

 

옛날 송나라 사람 중에 찬 물에 손을 넣어도 손이 트지 않는 비법을 개발한 사람이 있었다.그 사람의 후손들은 대대손손 이 약을 바르고 겨울철에 다른 사람의 세탁물을 받아서 차가운 개울물에서 세탁하는 일을 해서 먹고 살았다. 어느 날 길을 지나던 남자가 그 모습을 보고는 백 근의 돈을 낼 터이니 그 비법을 사고자 청했다. 제안을 들은 가족들은 고민에 빠졌지만, 결국 그 남자에게 비법을 팔았다. 그 남자는 약 만드는 비법을 알아 낸 다음 월나라와 치열하게 전쟁 중이던 오나라 왕을 찾아갔다.겨울철에 수전(水戰)할 때는 항상 병사들의 손 트는 것이 문제였음을 잘 알고 있던 남자는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아울러 자신은 병법을 오랫동안 연구했으므로 병사를 주면 전투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오나라 왕은 그 남자에게 병사를 내주었고, 그 남자는 장군이 되어 겨울에 월나라 군사와 수전을 하였는데, 크게 이겼다. 오나라 왕은 그 사내를 크게 칭찬하며 땅을 쪼개 주고 그곳의 제후로 삼았다. 《장자》 〈인간세〉

 

송나라에서 세탁 일을 하던 한 주인과 그 비법을 사간 사람의 차이는 바로 쓰임의 차이였습니다. ‘손틈 방지약’으로 한 사람은 세탁 일에 사용했고, 다른 사람은 병사들을 위해 사용했을 뿐입니다. 같은 약이지만누구에게는 가족을 살리고, 누구에게는 나라를 살리는 약이 되기도 합니다. 대다수 사람은 보이는 것을 생각 없이 받아들입니다. 보이는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고 질문하지 않습니다. 이제 부분을 보는 전문가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전체를 보는 통찰력을 갖춘 미래형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호에서 ‘다른 쓰임’을 발견하는 통찰력이 있을 때, 변화의 시대는 기회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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