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 스님 : 명문대를 포기하고 불교의 길을 걷다
도연 스님 : 명문대를 포기하고 불교의 길을 걷다
  • 김진호 기자
  • 승인 2018.03.20 19:53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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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대학지도법사 도연(33) 스님
▲ 밝은 미소와 함께 합장하는 도연 스님

Prologue
물리학도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한 노력 끝에 카이스트에 합격했던 청년이 있다. 그렇게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명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던 청년은 학교에서 1년을 보내고 돌연 휴학을 결정한다. 이후 수많은 고민 끝에 불가의 뜻을 품고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탁발 수행에 몰두해온 그는 현재 대학생에게 귀감이 되고,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봉은사 대학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은 집을 떠난다』의 저자. SNS를 통해 많은 사람과 시대에 맞는 소통을 하는 스님. 고민이 많은 현시대의 대학생에게 동네 형처럼 편하게 조언을 해주는 그를 지난달 7일 해방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힘들게 노력해서 명문대에 입학했음에도 종교인이 된 이유가 궁금하다.
출가한다고 하면 보통 그 계기가 특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일반 대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장래에 대해서 걱정했고, 어떤 것을 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중 다른 점이 있다면 기독교를 모태신앙으로 가지고 있어서 종교적인 성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장래에 대한 생각은 단순했다. 좋은 대학, 원하는 학과를 들어가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 스스로 생각을 해보니 내가 물리학을 평생 공부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신앙적인 잣대가 내 꿈의 기준이 됐다.

 

▶ 모태신앙은 기독교였다. 불자의 길을 택하게 된 계기를 묻고 싶다.
대학교 1학년 때 들어간 명상 동아리에서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스님들을 만났다. 그것이 나의 삶을 바꿔준 것 같다. 그들을 통해 자연스레 불가 생활에 궁금증이 생겼고, 나도 한번 같이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나와 너무 잘 맞았고, 이렇게 10년이 넘도록 이 길을 따라오게 됐다. 호기심에서 비롯됐고, 그것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됐다.

 

▶ 20살이라는 나이에 출가해서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이 역시 현시대를 사는 청년과 다를 점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삶의 방식은 다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승가 생활도 경쟁이었다. 먹고 살아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며, 매 순간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6년 동안 학생과 승려의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 수행 중인 도연 스님

▶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나는 이것이 나의 소명이자 지금 이 시기에 나에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언제까지 승려의 길을 걸을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동반 입대를 한 사형 스님은 전역 이후 환속(속세로 돌아감)했는데, 그 순간에도 나는 수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앞서 말했던 것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죽음의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 지금 활동하는 대학지도법사는 어떤 것인가.
일주일에 한 번씩 대학생들에게 법문을 읽어주고, 교육하는 것이다. 예전에 홍대 거리에서 대안학교를 운영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대학생과 많이 만났고, 속 터놓고 소통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다. 그래서 내가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대학지도법사의 길을 선택했다.

 

▶ 스님과 같이 자신의 길을 찾는 방법이 궁금하다.
내가 길을 잘 찾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님이 된 것도 지금 만족하기에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삶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단지 그 목표하는 바에 꾸준함만 가지면 된다. 목표를 인지하고 그런 길을 걸어가려고 시도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 현시대에 청년들은 가치관과는 무관하게 대기업만을 좇는 경우가 많다.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를 곱씹어 생각하는 것이 좋다. 만약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만족한 삶에 봉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저 높은 연봉만을 바라보고 취업을 한다면 결국 방황할 것이다. 반면에 뜻이 있는 곳이라면 연봉이 적더라도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게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가치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외적 성찰과 내적 성찰을 통해 만들어진다. 외적 성찰은 혼자만의 내적 성찰로는 이룰 수 없는 부분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 자기 생각이 편협하지 않은지, 어리석은 것이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내적 성찰은 호흡과 명상을 통해서 자신을 자세히 훑어보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을지를 알게 될 것이다.

 

▶ SNS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고 들었다.
나에게 SNS는 만남의 장이고, 성장의 장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의외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내적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됐다. 또한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 소통과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는 “가장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라며 지금 나와 연결된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SNS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SNS상에서의 만남도 소중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인연을 오프라인으로 이끌어오는 진정성을 통해 소중한 인연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반면에 그런 인연을 대상으로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도 많다.
험담은 솔직한 마음의 소리이기도 하다. 험담하는 것이 마냥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험담을 할 수 있다. 그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 사람도 그런 선택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일 테니 말이다.
 

▲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 들어와 타인과의 소통을 힘들어하는 학생이 많다.
자기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여 자신이 사교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고민할 필요는 없다. 고민만 가득하다고 대인관계가 갑자기 원활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선하고 싶다면 조금씩 노력하면서 바꿔 가는 것이지, 갑작스런 변화는 오히려 자신을 지치게 하고 피곤할 뿐이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초록색이다. 희망과 성장, 순수함. 생명력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하는데, 그것을 상징하기에 떠오르는 색이다. 또한 봄을 좋아해서 그렇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는 명리학적으로 병신년이나 정유년과는 다르게 더욱더 안정적이고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시기이다. 또한 자신의 토대를 다룰 수 있는 시간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과감하게 변화를 해도 좋고, 이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토대를 굳건히 다질 수 있는 시기로 삼기 좋은 해이다. 항상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며 더 발전된 오늘을 살고, 더 발전된 내일을 바라보는 학생이 되길 바란다.

 

Epilogue
그와의 인터뷰 중에 부모님의 만류는 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부모님께서 아직도 반대하고 계신다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행복한 것이 그들에게 보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앞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의 웃음은 누구보다 좋아 보였다. 명문대를 포기하고, 출가의 길을 택해 여유로운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고 느꼈다. 그의 웃음은 그런 여유로운 생활에서 나오는 웃음이 아닌 지금의 상황이 행복하기에 웃는 것이라고. 어쩌면 그의 웃는 모습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진정성 있는 마음에서 나오는 웃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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