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윗 사람과 아랫 사람’ 아닌 ‘두 사람’ 사이
‘남성과 여성’, ‘윗 사람과 아랫 사람’ 아닌 ‘두 사람’ 사이
  • ·
  • 승인 2018.03.20 23:09
  • 호수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예술계, 종교계, 정치권, 교육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연일 보도되는 미투(#Me Too) 관련 국내외 빅뉴스에 국민들의 정서가 매우 요동치던 중에 새 학기를 맞이하였다. 미투 운동은 성추행이나 성폭력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유명세에 따라 사건의 진실 여부를 더 궁금해 하며 가십(gossip) 정도로 취급되어서도 안된다. 정치적 진영의 논리나 음모론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싶은 마음 이전에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기득권층의 권력횡포 문제, 갑-을 관계의 폐해와 같이 위계적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위계적 관계인 경우,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가해자 중 일부는 “강제가 아니었고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라고 일차적 부인을 하며 “상대방이 그렇게 힘들어 할 줄 몰랐다”는 식으로 자신의 고의성을 일축하려 한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 셈이다. 그들은 정말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상대방에 대한 공감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축소시키기에 급급한 것일까? 인간이 권력을 가질수록 자기중심적인 행동이 강해지고, 기대와 희망 뒤에 이어지는 실망은 분노를 초래한다는 두 분야의 심리학 연구들을 조합해 보면 한 때라도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던 권력자이자 유명 인사들의 공감 없는 사과로 피해자와 국민들의 분노가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해자의 공감 외에 우리 사회의 조직 문화를 생각해 보자. 고통을 견디고 참아 내다 겨우 용기를 낸 피해자에게 일부에서는 “왜 그때 말하지 않고 이제야 폭로를 하는가”라는 질책을 하기도 한다. 왜 그들은 그 상황에서 피하거나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받지 못했을까? 사회와 조직에는 명시적 규범과 더불어 암묵적 규범이 존재한다. 명시적 규범은 합리적이고 윤리적이며 사회나 조직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가치를 포함할 가능성이 큰 반면, 암묵적 규범은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당신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윗 사람의 실수이니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없던 일로 합시다. 당신의 기억만 지우면 됩니다”라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윤리적이지도 않은 암묵적 규범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크고 작은 조직 내에 스며있었던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폭로된 가해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에 주목해보자. 남성이 정치적·사회적·경제적으로 특혜를 갖는 사회를 부권제(patriarchy)의 일종으로 본다. 부권제의 어휘적 해석은 ‘아버지의 지배’라는 뜻이지만 현대의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는 ‘성인 남성이 주권력을 행사하는 사회 체계’로 통용되고 있다. 이슬람권의 ‘MosqueMetoo’를 보며 종교와 이념을 넘어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남성과 여성의 대립구조, 지배와 피지배의 위계구조를 탈피하여 공감과 배려가 전제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지향하는 세상 만들기에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 다른기사 보기

 dkd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