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내동 주꾸미 골목
성내동 주꾸미 골목
  • 김진호·이병찬 기자
  • 승인 2018.03.23 15:58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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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게 맵지만, 자꾸만 손이 가는 빨간 맛

개강의 달이자 주꾸미가 제철인 3월, 춘곤증에 찌뿌둥했던 몸이 치즈처럼 죽죽 늘어진다. 아득한 정신을 붙잡고 퍼져 있던 몸에 활기를 되찾아주기 위해, 개강 첫 달의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이 듬뿍, 철분이 철철, 키토산이 가득한 주꾸미를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제철을 맞아 알이 꽉 찬 주꾸미와 자꾸만 손이 가는 매운맛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10년 사이 손님을 기다리던 골목에서 손님이 기다리는 골목으로 변모한 주꾸미계의 신흥강자, 성내동 주꾸미 골목을 찾았다.

▲ 일러스트 고다윤 기자

병찬 이것 봐! 사방팔방이 휘황찬란한 불빛과 주꾸미의 강렬한 냄새, 사람의 인파로 가득해. 여기는 아무 데나 들어가도 맛있을 것 같은데?


진호 주꾸미를 파는 가게가 열 군데가 넘는데, 하나같이 모두 손님으로 가득 차 있어. 게다가 몇몇 가게는 줄까지 서고 있네.


병찬 역사가 10년 조금 안 되지만, 이걸 보면 주꾸미계의 신흥강자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


진호 그러게. 천호역에서 여기까지 오는 5분 동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야. 서두르지 않았으면 저 긴 줄 끝자락에 서 있었을 뻔했어.


병찬 그것보다 주꾸미의 이 강렬한 냄새. 빨간 맛이 우리에게 손짓하는 것 같아.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겠어.


진호 좋아, 그럼 처음은 성내동 주꾸미 골목에만 있다는 주꾸미 튀김부터 시작해볼까?


병찬 주꾸미를 튀겨먹는다고? 오징어 튀김과는 색다른 느낌일 것 같아.


진호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한번 먹어보자. 이 집만의 특제 마요네즈 소스를 찍어 한입에 먹으면! 겉은 크리스피 치킨을 먹는 것 같은 바삭함, 속은 쫀득쫀득한 찰떡을 먹는 쫄깃함. 게다가 짭조름한 이 감칠맛! 환상적이야.


병찬 이야, 깻잎에 싼 주꾸미를 간장에 찍어 양파와 날치알과 함께 먹는 것도 오묘한 조합이네. 튀김의 느끼한 맛을 채소가 잘 잡아주고 있어.

 

▲ 주꾸미 직화구이와 콩나물

진호 정신없이 먹다 보니 한 조각도 남지 않았네. 다음은 주꾸미 직화구이를 먹어보자! 남자라면 매운맛에 도전해봐야지.


병찬 이 색을 봐! 이렇게 시뻘건 색을 띠다니. 분명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매콤함을 품고 있을 것만 같아.


진호 앗 이건? 주꾸미가 혀 위에서 사르르 녹는 것 같아. 게다가 마요네즈가 강렬한 매콤함을 상쇄시키고 있어. 이건 맥주와 잘 어울리겠다.


병찬 근데 여기는 가격에 비교해 양이 적은 것이 흠인 것 같아. 맛은 있지만, 이곳에서는 나를 만족시킬 수 없어.

 

▲ 주꾸미 삼겹살 볶음

진호 그럼 이번에는 무한리필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성내동 주꾸미 골목은 주꾸미를 재료로 한 다양한 요리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어.
 

병찬 좋아, 자리를 바꿔서 이번에는 주꾸미 삼겹살 볶음을 먹어보자. 주꾸미의 타우린이 삼겹살의 콜레스테롤을 잘 잡아줘서 영양학적으로 굉장히 좋은 조합이래.


진호 그것도 그렇지만 주꾸미와 삼겹살, 그리고 깻잎과 콩나물을 적절히 가위로 잘라서 꾸며주면 주꾸미의 빨강, 깻잎의 초록, 콩나물의 노랑이 어우러져 굉장히 알록달록하고 맛있어 보여!


병찬 세상에, 이렇게 푸짐한 구성이 무한리필이래! 여기는 나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진호 또한 술안주로 정말 좋은 것 같아. 맥주와 소주, 어떤 술과도 잘 어울려서 술이 술술 들어가네.


병찬 무 쌈이며, 콩나물이며, 깻잎 같은 아삭한 채소와 삼겹살 그리고 쫄깃한 주꾸미를 같이 먹다 보니 어느덧 네 접시를 비워버렸어.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해야겠다. 사장님, 여기 한 접시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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