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리홀 뮤직 갤러리 - 턴테이블 위의 하루… LP 감성을 느끼다
<카페> 리홀 뮤직 갤러리 - 턴테이블 위의 하루… LP 감성을 느끼다
  • 김민제 기자
  • 승인 2018.03.25 10:33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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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1948년 6월, 지름 12인치(약 30cm), 무게 약 200g 안팎의 검정색 플라스틱판이 탄생했다. 그루브(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LP에 새긴 홈)가 촘촘하게 새겨진 이 넓적한 원반은 한쪽 면에 무려 27여 분의 노래를 담을 수 있었고, 머지않아 레코드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1980년대 초반, CD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40여 년 동안 음반 포맷의 대표주자라는 명성을 이어갔다. 이 물건의 이름은 LP. 기존에 쓰이던 SP(Standard Playing Record)의 수록 시간이 길어야 3~4분 내외였던 것에 비해 훨씬 긴 재생시간을 자랑해 아예 ‘Long Playing Record’, 장시간 음반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요즘은 노래를 듣고 싶으면 핸드폰이나 MP3플레이어에 이어폰을 꽂고 원하는 노래의 재생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LP는 다르다. 만만치 않은 가격과 크기를 가진 턴테이블을 구해 바늘을 관리하고, 혹시라도 표면이 상할까 부드러운 솔로 판에 쌓인 먼지를 털어낸 다음에야 비로소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특별히 정성을 쏟는 만큼, 노래 한 곡이 선사하는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터치스크린과 이어폰만으로는 맛볼 수 없을 LP만의 감성을 느끼기 위해 어느 주말의 늦은 오후 성북동에 위치한 음악 감상실, 리홀 뮤직갤러리로 향했다.
 

▲ 음악이 새어나오는 갤러리 앞 홀

입구에서부터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온다. 최소한의 조명만이 남은 어두운 실내는 마치 영화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양쪽 벽으로 빽빽한 레코드판을 따라가 보니, 거대한 스피커 뒤로 DJ가 신청곡을 틀어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용료 1만 원을 내고 우측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잠시 후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꽃의 왈츠’가 흐르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큰 음악 소리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이내 그 분위기에 녹아들어 노래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 중년 부부, 젊은 연인 등 갤러리를 이용하는 사람이 다양한 만큼 신청되는 곡의 장르도 다양하다. 클래식, OST부터 재즈와 팝까지 각각의 취향에 맞게 신청한 노래들은 얼핏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곡이 바뀌게 되면 금세 새로운 선율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다 취향에 맞는 노래를 발견했을 땐 곡의 시작과 끝마다 DJ가 알려주는 제목을 확인하며 새로운 노래를 알아가는 것도 나름의 재미.
 

▲ 갤러리 내부 전경

몇 곡의 노래를 더 들은 뒤, 기자도 직접 신청곡을 보내본다. 입구에 있는 신청곡 용지에 원하는 곡을 써서 DJ에게 건네면 끝. 한 사람이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는 곡은 세 곡이다. 드디어 신청한 노래가 나올 차례, 바늘이 LP판을 긁으며 내는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틀스의 ‘The Long And Winding Road’가 흐른다. 매일같이 듣던 노래라도 듣는 장소와 방식에 따라 그 감상은 천차만별.

 

어느새 커피도 바닥을 보이고, 마지막으로 신청한 노래인 오아시스의 ‘Wonderwall’을 뒤로 하며 갤러리를 나온다. 처음 들어올 때처럼 음악 소리가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오로지 LP와 음악만으로 가득 차 있던 공간은 작은 아쉬움과 함께 청각적 여운을 남긴다. 평범한 하루를 턴테이블 위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한 곡의 음악으로 채우고 싶다면, 지갑 속에 약간의 교통비와 이용료 1만 원을 챙겨 넣고 이곳 리홀 뮤직갤러리를 찾아가 보자. 매일 오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이용시간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입장은 오후 9시 까지만 가능하니 주의할 것.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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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nge8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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