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의 필요성 : 매미도 집중해 잡을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 : 매미도 집중해 잡을 수 있다
  • 미래인문학 연구소 권영민 소장
  • 승인 2018.03.27 14:47
  • 호수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차산업 미래 인문학 4

“오로지 마음을 집중하면, 가장 높은 경지인 신명(神明)에도 도달할 수 있다.”
《장자》 〈달생〉


4차산업혁명시대 불확실성의 특징은 ‘더 넓은 범위’에서 일어나고,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바로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낼 수 있는 선택과 자신의 능력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노래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던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학생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 소년은 유명한 성악가가 되고도 싶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도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만약 네가 의자 두 개에 한꺼번에 앉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아마 그 사이로 떨어지고 말겠지? 인생은 항상 네게 하나의 의자만을 선택하라고 한단다.” 아버지의 조언을 들은 소년은 그 이후 7년 동안 한눈을 팔지 않고 실력을 연마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던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었는데 그가 바로 세계 3대 테너 중에 하나인 루치아노 파바로티입니다. 그의 성공 비결은 “성악이라는 하나의 ‘의자’를 선택해 앉았기 때문”입니다.

 

▲ 폴 세잔 <병과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 1890~1894

 

사과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평생 사과를 그린 화가 폴 세잔(1839~1906년)은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일컬을 만큼 미술사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화가입니다. 세잔의 아버지는 은행가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아들을 훌륭한 은행가로 키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세잔은 그림을 좋아했으며, 중학생 때는 한 학년 아래의 에밀 졸라와 사귀면서 문학에도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대로 법과대학으로 진학했고, 졸업 이후 잠시 아버지가 운영하는 은행에서 근무했지만, 결국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에밀 졸라가 있는 파리로 떠납니다. 실패와 좌절의 시기를 겪는 세잔에게 어느 날 에밀 졸라는 사과 한 바구니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에밀 졸라는 평소의 어색한 몸짓과 어눌한 말투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곤 했는데 그때마다 세잔이 나서서 변호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으로 찾아온 것입니다. 그는 훗날 세잔의 사과 그림은 그 사과 한 바구니에서 시작되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것은 천부적인 재능도, 우연함에 의해서도 아닌 사과, 그 하나로 인한 결과입니다.

 

공자가 초나라를 지나가다가 매미를 잡는 등이 굽은 노인을 보게 됩니다. 그 노인이 매미를 어찌나 잘 잡는지 마치 매미를 줍는 듯이 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공자는 노인에게 비결이 있는지 물어보자, 노인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처음에는 대나무 장대 위에 알을 두 개를 올려놓고 땅에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 연습을 합니다. 그 후 매미를 잡으러 가면 열 번의 기회가 있으면 세 번만 실수를 했을 뿐입니다. 이후 다시 세 개를 가지고 땅에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 연습을 하고 매미를 잡으면, 열 번의 기회에서 단지 한 두 번의 실수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개가 땅에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 연습하고 매미를 잡으니 손으로 물건을 줍는 것처럼 쉬웠습니다. 지금 제 마음 속에는 오직 생각하는 것과 보는 것은 모두 매미의 얇은 날개뿐입니다. 저는 제 마음을 다른 것으로부터 빼앗기지 않으며, 한쪽으로 기울지도 않습니다.”

《장자》 〈달생〉

 

노인의 대답에 깨달음을 얻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오로지 마음을 집중하면, 가장 높은 경지인 신명(神明)에도 도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저 등이 굽은 노인을 두고 한 말이구나.” 매미조차도 집중해야 잡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우연히 매미를 잡을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매미를 ‘운’ 좋게 잡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중요한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마음의 여유, 곧 흐트러지는 마음을 하나로 모을 ‘마음의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입니다. 단 한가지에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세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