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 없는 대학 사회, 새로운 음주 문화를 만들어가다
강요 없는 대학 사회, 새로운 음주 문화를 만들어가다
  • 취재팀
  • 승인 2018.03.27 15:08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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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사회적 분위기로 변화 맞아, 건강한 학생 사회 위해 우리 모두의 지속적 노력 필요
▲ 일러스트 채은빈 기자

 

신입생 환영회, 대면식, 개강총회……. 개강과 함께 캠퍼스는 활기를 띠며 친목을 도 모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 선배와 후배 모두 모여 친해지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는 십중팔구 ‘술’이 빠질 수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마다 대학 사회 내에서는 음주와 관련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한보건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음주 관련 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학생은 22명에 이른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교육부와 학교는 대학 음주 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지금, 대학 사회는 음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각종 대학마다 행사 진행 시 예방 교육에 힘쓰고, ‘술’이 없는 금주 행사를 진행해 음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대학 음주 문화의 과거와 오늘

술은 오랫동안 인간관계의 필수 요소처럼 여겨지며 친목과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학기 초 여러가지 모임과 각종 행사가 끝난 뒤 뒤풀이로 이어지는 술자리는 당연한 절차로 여겨왔다. 만 19세부터 법적으로 음주가 허용되면서 신입생 대부분은 대학 입학과 함께 자유로운 음주가 가능해진다. 권채윤(국어국문‧1) 씨는 “대학에 들어와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자유”라며 “생활에 대한 제약이 없어 외박이나 음주 등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 대부분은 자신의 주량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학생 A 씨는 “신입생이었던 시절에 주량을 모르고 무턱대고 술을 마시다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다”며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에 죽전캠퍼스 대학생활상담센터 관계자는 “술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음주를 하게 되면 폭음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폭음은 범죄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점차 달라지는 캠퍼스 술 문화

예전에는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사발식’ 을 하거나 몇몇 높은 기수 선배의 술 강권 등이 존재했다면, 요즘은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전창기(화학공‧1) 씨는 “선배들이 마시기 싫다고 하면 그냥 물을 따라 주기도 한다. 선배의 술 강요가 대학에 입학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거리가 싹 사라졌다” 고 말했다. 또한 박태현(법학‧2) 씨는 “건전한 대학 사회가 형성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며 “선배들에게 귓등 너머로 악습 문화가 있었다고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겪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변화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이유에 대해 ‘SNS의 영향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효규(국어국문‧1) 씨는 “요즘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SNS에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 때문에 문제 될만한 행동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학생이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이하솜(한문교육‧2) 씨는 “최근 미투 운동 등 과거 당연시 했던 고질적 문제에 대한 반발이 활발해지면서 특히 더 조심하 고 있는 것 같다”며 “이에 대한 영향으로 음주를 강요하는 행위가 줄어들게 된 것 같다” 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음주 폐해 예방 홍보 및 캠페인을 맡은 이희종 씨는 “알코올은 발암물질로 지정된만큼 신체에 위해가 크다”며 “과음을 자제하고 자신의 적정 주량을 생각해 절주하며 마시는 습관을 길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

그렇다면 학교 당국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리 대학은 현재 음주 관련 문제에 대해 재학생에게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는 않는 상태지만, 각 단과대학에 공문을 내려 해마다 발생할만한 사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몇몇 단과대학은 스스로 내부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선, 공과대학의 경우 음주 예방을 목적으로 한 실질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공과대학 김영완(화학공‧4) 학생회장은 “인원이 많은 공과대학 특성상 과학생회별로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음주 관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술을 먹지 않기로 한 학생에게 스티커를 붙여주는 ‘스마일스티커 제도’를 시행하고, 1인당 1병으로 양을 줄이는 것을 권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경대학은 사전교육을 철저히 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있다.
 

상경대학 이정헌(경영·3) 학생회장은 “음주 문화와 관련해 상경대학 각 학과 학회장을 모아 단과대학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강제적인 술 강요가 전혀 없도록 처리했다”며 “체전이나 해오름제 등과 같이 몸을 쓰거나 외부에서 하는 활동에도 안전을 책임지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각 단과대학은 각종 행사 진행 전 학생들이 성 관련 교육 영상, 지나친 음주 예방을 위한 교육 영상 등을 시청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과대학 신우식(법학·4) 학생회장은 “아직 음주와 관련된 사고가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에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나 신입생들이 술 강요 등의 부담을 갖지 않고 원활한 대학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각 별히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대학 사회 발전 위한 문화로 정착되길

눈에 보이는 수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는 음주 문화는 대학 사회 내에 남아있다. 재학생 B 씨는 “사발식 같은 심한 음주문화는 사라졌지만, MT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을 거면 왜 온 거냐는 선배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재학생 C 씨는 “선배들의 술 강요가 많이 개선된 것은 맞다”며 악습적인 음주 문화의 개선은 어느 정도 수긍했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학생에 눈치를 주는 선배가 있어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직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한 문제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음주 문화는 사회적으로도 건전한 음주 문화 정착을 위한 출발점이다. 합법적으로 술이 허락되는 대학생에게 그것은 달콤한 유혹이 될 수도, 혹은 피하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에 속하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그것이 우리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전한 대학 사회, 올바른 음주 문화 개선은 단지 사회의 노력만으로 또는 개인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개개인 모두가 책임 의식을 갖고 헤쳐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수민‧손나은 기자
일러스트 채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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