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열린 대화’를 하고 계시나요?
당신은 ‘열린 대화’를 하고 계시나요?
  • 김진호 기자
  • 승인 2018.03.27 16:25
  • 호수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지 1439호 심층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취재하면서 우리 대학 기숙사생이 기숙사 비용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취재 과정에서 대다수 학생은 기숙사 운영에서 발생한 흑자가 고스란히 교비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과 함께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대학 본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를 갔을 때는 학생들이 가졌던 일반적인 의견과 다른 낯선 사실을 들었다. 무지했던 기숙사 비용과 관련해 복잡한 구조적 문제를 알게 된 기자는 그에 관련한 ‘팩트’를 모두 담아 본지 3면을 꽉 채우게 됐다. 대부분 기숙사생은 기숙사 운영에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모르고 있었고, 대학 본부는 좀처럼 그 정보를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의향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2주간의 바쁜 취재를 마쳤고, 지나간 일이지만, 여전히 대학 본부와 기숙사생 간의 오해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은 남아있다. 그들만의 ‘일방적인 대화’에서 비롯된 불통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일방적인 대화’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불신의 씨앗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GM은 근로자와 논의를 하는 과정을 건너뛴 채 지난 9일 일방적으로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아직도 한국GM과 노조 사이의 갈등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GM 측은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다했다”고 밝혔고, 노조는 “조합원 2천 명과 그 가족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GM은 아무렇지 않게 결정했다”고 한탄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주고받음을 전제로 한 대화는 특정 집단을 포함한 모든 관계에서 불가결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대화의 징검다리를 무너뜨리고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말을 한다. 자신의 말은 백번 옳고 다른 사람이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아집을 벗어나 열린 대화를 추구했던, 미국 CNN 라이브 토크 쇼 진행자 래리 킹은 “오늘 내가 말하는 것 가운데 나를 가르쳐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만약 배움을 원하면, 반드시 경청을 통해 배운다”며 ‘열린 대화’의 가치를 강조했다.


기자는 사람을 만나 ‘열린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심층 기획 취재를 통해 각 입장에 서 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기자가 평소 좋아했던 대화는 그들과 같은 ‘일방적인 대화’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그들과 기자가 하는 것은 대화가 아닌 자신을 피력하기 바쁜 공허한 울림이었다.
 

기자는 생각한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의 기자는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항상 배우는 자세를 가지겠다고.
 

김진호 기자
김진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tice42@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