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단국인, 편입생의 삶과 고충을 보다
똑같은 단국인, 편입생의 삶과 고충을 보다
  • 장승완·이병찬 기자
  • 승인 2018.03.27 17:11
  • 호수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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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대학에 편입한 학생은 총 844명(죽전: 285명, 천안: 356명, 특별편입: 203명). 하지만 편입생의 학교생활은 녹록치 않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문제가 더 많다고 입을 모으는 편입생들. 같은 단국인이지만 편입생이라는 이유로, 어쩌면 편입생이기 때문에 겪는 고충을 살펴보자.

#편입생 김단국
김단국 씨는 올해 편입에 성공했다. 주위에서 ‘편입생은 취업할 때는 물론이고 학교생활하면서도 크고 작은 차별을 받는다’는 말을 들은 그는 학업과 인간관계 모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처음 보는 학과 학우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MT를 가고 싶었지만 MT 신청을 할 방법이 막막하다. 편입생인 본인이 빠져있는 학과 단체 채팅방에서 이미 신청자를 받고 마감이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단국 씨는 당황스러웠지만, MT는 새내기나 가는 거라고 여기며 차라리 잘됐다고 애써 아쉬움을 달랜다.


MT를 가지 못하게 된 김단국 씨는 개강총회라도 참석하고자 회비 1만 원을 챙겨 들고 약속 장소인 식당으로 향한다. 하지만 식당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며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그. 개강총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학생이 ‘18’이라고 적힌 과잠(학과 단체 점퍼)을 입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나잇대라곤 학과 집행부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편입생이라고 소개하며 새내기들과 같이 어울릴 자신이 없는 그는 결국 발길을 돌린다.


김단국 씨는 좌절하지 않고 동아리로 눈을 돌렸다. 전에 다니던 대학에서 과에 잘 적응하지 못해도, 동아리를 통해 친목을 쌓는 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봤던 것이다. 하지만 동아리 모집 게시판을 본 그는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대다수의 동아리 모집 포스터에 ‘새내기 환영’, ‘신입생 드루와~’ 등의 문구가 가득 있었던 것. ‘편입생 사절’, ‘헌내기 사절’ 등의 문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동아리 방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스스로 혼자가 편하다고 위안하며, 도서관으로 쓸쓸히 발길을 돌린다.

▲ 일러스트 고다윤 기자

#'단체 채팅방', 공식적인 정보 전달 통로?
스마트폰 메신저를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휴강이나 보강 일자, 과제 공지와 같은 학사정보부터 엠티 신청이나 과대표 선출과 같은 일들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보전달과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편리하다는 장점 탓에 단체 메신저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진다.


하지만 편입생은 정보 전달에 있어 소외되기 십상이다. 메신저에서 단체 채팅방을 만드는 것이 학과마다 자율적이고, 채팅방 참여 방법도 과사무실을 방문하거나 이미 채팅방에 들어간 학생에게 부탁하는 등 정해진 방법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대학에 편입한 A 씨는 “중요한 학사정보나 휴강 계획 등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웹 메시지로 안내해주지만, 실험실 장소 변경이나 개강총회 안내 등 작지만 중요한 것들이 아직 초대가 안 된 단체 채팅방으로 공지돼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며 “편입한 학생의 명단을 받아 기한 내에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주는 규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생팀 관계자는 “웹 메시지 발송 제도가 있어 단체 채팅방를 통한 정보 전달이 어디까지 이뤄지는지 알 수 없다”며 “단체 채팅방은 학과별로 자율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A 학과 과사무실 조교는 “매 학기 편입생이나 전과한 학생 등 소속이 변경된 학생들의 명단을 받아 학년에 맞는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주고 있지만 시행된 지는 얼마 안 됐다”며 “이전에는 소속 변경된 학생이 본인 학년 과대표에게 직접 부탁하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유리 장벽에 갇힌 대학 생활
모두가 처음인 신입생과 달리, 편입생은 이미 유대감이 형성된 집단에 들어감에 따라 소외감을 느끼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학과는 물론이고 동아리, 학생자치기구, 대내 활동 등 모든 학내 인적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편입생에게 있어 큰 부담이다.


대학 친목 도모의 대명사로 꼽히는 동아리 활동도 편입생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우리 대학 중앙동아리 회장 A 씨는 “편입생을 동아리 가입에 있어서 차별하지는 않지만, 우리 동아리뿐만 아니라 많은 동아리가 1~2학년 가입자를 선호한다”며 “3학년이 대다수인 편입생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데 일종의 유리 장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요즘에는 신조어 ‘자발적 아싸’(자발적 아웃사이더의 줄임말로 스스로 남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와 같은 개념이 등장하면서, 혼자서 밥을 먹거나 공부하고 인간관계에 쏟는 에너지를 다른 일에 쏟는 사람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서비스 ‘알바몬’이 전국 대학생 88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교 3학년 학생의 51.5%, 4학년 학생의 54.3%가 자신이 자발적 아싸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편입생의 경우, 자발적 아싸가 되기를 논하기 전에 구조적으로 ‘아싸’가 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이 중에는 원치 않게 ‘아싸’가 된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천안캠퍼스 대학생활상담센터는 지난해부터 편입생과 복학생을 위한 ‘편입생·복학생 프로그램’을 기획해 실시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은 학업 향상을 돕는 ‘학습전략프로그램’, ‘자기조절학습검사’ 등과 학교 적응을 돕는 ‘댄스테라피를 통한 스트레스 관리’, ‘꽃과 함께하는 내 마음 돌보기’ 등으로 이뤄진다. 대학생활상담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실시해 참여 학생이 다소 적었지만 학생들이 큰 만족과 효과를 얻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일찍 실시해 4월 중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니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언제든지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

#우리들의 권리, 우리들이 찾자
편입생이 겪는 문제는 다양하지만, 학업에 대한 부담과 2년에 불과한 짧은 학교생활 기간 탓에 대수롭지 않게 문제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개선은 담당 부서별 자율적 개선에 의존한다. 하지만 편입생의 적응을 돕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입생을 위한 학생자치기구를 만든 사례가 있다. 고려대학교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편입생 위원회 ‘쿠츠’(Korea University Transfer Students Committee)가 존재한다.

쿠츠는 편입생의 권리를 찾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총학생회 산하 특별기구로서 매년 총학생회의 인준을 받는다. 쿠츠는 편입생 새로배움터, 편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편입생의 학교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편입생 인식 설문조사 등 재학생과 편입생이 하나 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쿠츠의 이동권 회장은 “편입생위원회가 없다면 힘들게 편입해도 힘들고 외로운 현실을 맞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소수인 편입생들의 불만이나 의견은 쉽게 묻히고 반영되지 않기에 편입생의 권리를 위한 위원회는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전국 대학 최초로 고려대학교에 편입생위원회가 생겼지만 아직까지 편입생위원회가 있는 대학은 드물다. 편입생이 일반 재학생과 같이 ‘똑같은 단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무엇보다 편입생 스스로 힘을 모으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장승완·이병찬 기자
장승완·이병찬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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