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고요서사, 별책부록, 북??- 독립서점, 일상 속 작은 인문학 휴식 공간
<책방> 고요서사, 별책부록, 북??- 독립서점, 일상 속 작은 인문학 휴식 공간
  • 손나은 기자
  • 승인 2018.03.27 17:29
  • 호수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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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148

문득 책을 펼쳐본 지 오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전공 서적도, 과제로 읽는 책도 아닌, 내가 읽고 싶어서 읽은 마지막 책 제목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도서관을 가 봐도 책보는 사람보다 공부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소형 출판사와 비주류 작가들이 시장에서 갖춘 경쟁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돌파구인 독립서점에 대해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사람들이 대형 서점을 마다하고 할인도, 특별한 사은품도 없는 독립서점을 찾아가는 것일까?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해방촌에 위치한 ‘고요서사’다. 지도 없이는 찾아가기도 힘든 이곳은 이름에 걸맞게 차분하고 조용한 작은 서점이다. 문학 중심 서점을 지향한다는 서점 소개 글처럼 내부에는 다양한 문학 서적이 책장을 가득 메웠고, 한쪽 편에는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선정한 블라인드 북이 보인다. 바닥 가까이 위치한 작은 책장에는 중고 서적이 진열돼 있다. 잘 고르면 절판된 서적이나 구하기 힘든 좋은 책을 구할 수 있다니, 왠지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한 권 사니, 영수증 이벤트를 소개받았다. 책을 구매한 영수증 뒷면에 그 책을 구매한 사연을 적으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이벤트. 이런 소소한 이벤트가 독립서점만의 매력이 아닐까.


발걸음을 옮겨 또 다른 독립서점 ‘별책부록’으로 향했다. 별책부록은 고요서사 근처에 위치하지만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독립서점이다. 벽과 가구가 흰색이라 진열된 서적과 포스터가 돋보이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고요서사와 달리, 레코드, 음반, 달력, 엽서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다루는 이곳은 에세이와 시, 드로잉북 등 창작자의 개성이 뚜렷한 창작물이 가득하다. 아직 유명하지 않은 작가라며 그냥 넘어가지 말 것. 어쩌면 수많은 작가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운명적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두 서점은 청년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아마 새롭고 개성 있는 작품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닐까. 개성 넘치는 서점에 마음을 사로잡히고 싶어도, 우리 대학과 멀리 떨어져 있어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아직 상심하기에는 이르다. 얼마 전 죽전캠퍼스 근처에 문을 연 독립서점 ‘북??rsquo;을 소개한다.

▲ 다른 손님을 위해 책방에 맡겨진 책

북샾??원서 읽기, 자유 북 토크, 필사와 글쓰기까지 총 3번의 소모임을 매주 진행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독립출판물부터 일반 도서까지 주인이 취향대로 고른 서적이 테이블에 가지런히 정렬돼 있다. 이곳에서 구입한 책은 보관할 수 있어 굳이 들고 다니며 볼 필요 없이 책방에 두고 계속해서 볼 수 있다. 책을 보관해두는 진열장 한쪽에는 손님들이 기증한 책이 놓여있다. 좋은 책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기증하며 생긴 코너라고 한다.


밝은 인상과 서글서글한 말투를 가진 북샾??사장과 담소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단골손님이 등장해 함께 대화하게 됐다. 취재차 시작했던 대화는 어느새 개인적인 고민까지 터놓게 했다. 동네에 있는 작은 독립서점의 매력에 홀린 것이다.


북샾??용인시에 있는 유일한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이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쉬워 경영을 시작했다는 그. 기자가 직접 찾아간 이태원에만 총 네 군데의 독립서점이 있는데, 이렇게 넓은 용인시에 한 군데뿐이라니. 조금 속상하긴 해도, 지역 독립서점들이 서로 연합하며 힘을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으면 한다. 독립 출판사와 작가, 그리고 그들이 만든 창작물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진다면, 언젠가 당신의 집 앞에도 편히 찾아갈 수 있는 독립서점이 생길 테니까.
 

손나은 기자
손나은 기자

 twonn20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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