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호 작가 : 홀로 도전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끝내 꿈을 이루길
천성호 작가 : 홀로 도전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끝내 꿈을 이루길
  • 손나은 기자
  • 승인 2018.03.27 17:47
  • 호수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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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호(30) 작가
▲ 천성호 작가


Prologue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시작으로, 인터넷과 커뮤니티의 급격한 발달이 이뤄진 지금.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키워드만 있다면 처음 보는 단어라도 아주 자세한 정보까지 알 수 있다. 사람 이름을 SNS에 검색하면 그 사람의 신상정보나 얼굴까지 볼 수 있는 우리는 정보의 바다속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속에서 ‘책’이라는 육지와 정보의 바다를 연결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리딩소년’이라는 이름으로 7년째 도서 리뷰 블로그를 운영 중인 천성호 작가. 지난해 6월 블로그에서 써왔던 기록을 엮어 『지금은 책과 연애 중』이라는 책을 냈으며, 현재는 책과 독서에 관련한 강연과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강연부터 출판까지, 쉼 없이 도전하는 그를 지난달 8일 부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원래부터 독서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독서량을 늘리게 됐나.

군대를 22살에 전역하고, 23살이 되면서 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인생 계획을 생각할 때마다 나이 서른에는 무언가 갖춰야 할 것만 같았고, 그런 인생은 결국 쳇바퀴 도는 인생으로 귀결됐다. 도통 방향을 잡지 못하던 그때, 내 돌파구는 책이었다.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던 일이 독서였기에 그때부터 책을 꾸준히 읽는 연습을 시작했다.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는데, 계속 읽다 보니 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졌다.

 

▶ 첫 번째 책 제목을 『지금은 책과 연애 중』으로 지은 이유는.

독서 초반에 독서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지만, 독서를 정복해야 하는 과제같이 서술한 것이 항상 아쉬웠다. 대부분의 책이 1년에 몇 권, 1시간에 몇 장 등 목표를 정하고 권수를 늘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독서라는 것이 과제처럼 느껴졌고 책이 주는 의미를 이해하기 전부터 부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시작이 어려운 것이 독서지만, 나중에는 즐길 수 있는 게 독서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정해두지 않고 그저 책이 좋아서 읽는, 마치 서로 보기만 해도 좋은 연애처럼 그 순간순간이 행복하도록 사람들이 책을 읽게 돕고 싶다는 뜻으로 제목을 정했다.
 

▶ 새로 써보고 싶은 책 분야가 있나.

다음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소설을 쓰는 것이다. 아직은 긴 호흡의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이 있어, 단편밖에 쓰지 못한다. 다음 책을 쓰곤 있지만, 그 책 또한 에세이 책으로 소설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faction) 같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소설이 다루는 이야기는 허구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현실의 상황과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서평만 300편이 넘는다. 이 많은 책을 읽으면서 생긴 자신만의 책 선택법이 있나.

처음에는 어떻게 읽는지도 몰랐고,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도 몰랐다. 그냥 무작정 읽었다. 그렇게 읽다 보니까 필요한 책을 찾아보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요즘은 좋아하는 작가님이 추천해주는 소설을 읽는다. 가령 이병률 작가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면, 나도 그 책에 관심이 생긴다.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하는 책은 취향에 맞을 가능성이 큰 편이라 그 책을 골라 서문을 읽거나 목차를 살펴보며 읽을 책을 고른다. 처음에는 장르를 가려봤지만, 이제는 편식하지 않고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 중이다.
 

▶ 홀로 서야 하는 직업을 가지며 후회한 적이나 힘들었던 적이 있나.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에도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다. 아직까지도 ‘내가 회사를 왜 나왔지?’라는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나도 서른쯤에는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해 살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늦기 전에 내가 해보고 싶은 것에 도전하고 싶어 이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회사에서 돌아오라고 회유할 때마다 항상 흔들린다. 그래도 내 꿈을 위해 해왔던 일, 지금 진행하는 일들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힘을 낸다.
 

▲ 팬 사인회 중인 천성호 작가

▶ 다른 대형 출판사에서 기획 출판을 하지 않고 1인 출판을 고집한 이유가 있다면.

처음에는 대형 출판사 두 군데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그러나 대형 출판사는 내 생각을 반영하기 어려웠다. 나는 철저하게 내 생각대로 책을 내보고 싶었고, 자연스레 출판사와 연락을 끊고 독립출판을 시작하게 됐다. 기획과 홍보 등 모든 걸 내가 맡으니 잘해도 내 덕이고 못해도 내 탓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후회하지 않게 독립출판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어쭙잖게 출판사를 끼고 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
 

▶ 1인 출판사 대표와 블로그 책 평론가, 강연가라는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다양한 직업을 가지게 됐나.

처음에는 글만 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글만 쓰고 출판만 해서는 책 홍보도 할 수 없고,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서점을 대상으로 강연보다는 북 토크처럼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이 지나며 서점 곳곳에서 더 많은 북 토크를 진행했고, 강연으로 커지게 됐다. 이후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왔고, 그렇게 다양한 일을 하다가 유튜브도 시작했다. 글 쓰는 일을 주로 하지만,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의 일을 다양하게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 강연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인상 깊었던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처음에 독립서점에서 강연을 시작했다. 그때는 테이블도 작고, 빙 둘러앉아 진행했던 강연이었다. 화자는 서 있고 청자는 앉아있는 형태였는데, 그 형태로 생기는 무거운 분위기가 싫었다. 강연보다는 독자들과 이야기를 직접 나누고 싶어 모임처럼 진행했다. 초창기에 했던 작은 모임이 기억에 남는다. 1회 차에 13명 정도가 참여했다. 다들 내 책을 본 것 외에는 교집합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모임에서 6명과 친해졌다. 그 사람들끼리 모여 새로운 모임을 만들었는데, 작년 겨울 그분들이 모여 책을 내게 됐다고 내게 연락이 왔다. 독자로 만나 저자가 되는 경험을 내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연결고리가 됐다는 것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 요즘 청년들은 책을 자기소개서를 채우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독서를 하기 위해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대학에 꿈을 좇아 들어왔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취직이 목표가 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과정에서 독서가 스펙으로 인식된 것 같다. 독서가 토익 공부나 학점 따기, 자격증 공부처럼 목적을 두고 하는 행위로 바뀌어버렸다. 목표를 두고 부담을 가지면 싫어지기 마련이라 요즘 사람들이 책을 접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독서를 즐겁게, 천천히 살피면서 원하는 것 없이 본질을 보며 즐기기 위해 읽는 것이 필요하다. 책에 실망하거나 독서를 과제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운동과 비슷하다. 처음부터 근육을 단련하려고 벤치프레스부터 도전하면 실패하는 것처럼 고난도의 책을 먼저 도전하려 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가벼운 책부터 읽으면서 독서량을 늘려가라. 재밌고 즐겁게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의 색은 녹색이다. 녹색은 따뜻하고 조화로운 색이라 생각한다. 어느 색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나도 녹색처럼 무엇을 하든 자연스레 그 일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도 꿈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현실만 쫓다 불현듯 잡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꿈이 없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꿈이 없으면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니 우선 꿈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책상에서 고민한다고 나오지 않는다. 경험해봐야 한다. 아르바이트 하나도 전부 경험이다. 경험을 많이 해봐야 속에서 얻는 것이 있다. 많은 직업을 가져보고 어떤 직업이 나에게 맞는지 알아본 다음, 많은 경험을 나의 인생에 응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꿈은 두 가지가 있다. 직업적인 꿈과 자아실현의 꿈. 하나는 현실에 순응하게 되더라도 남은 꿈 하나는 나를 위해서 꿀 수 있게, 도전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도록 남겨둬라. 학생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되 현실과 이상 속에서 교집합을 찾았으면 좋겠다.


Epilogue
꿈이란 무엇일까. 어렸을 적엔 부담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는데, 점점 자라나며 대답하기 꺼리게 되는 질문이 된 것 같다. 이제 어른이니까, 스스로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됐으니 꿈이란 것을 입 밖으로 꺼내면 실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정말 하고 싶은 꿈을 속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자에게 이번 인터뷰는 큰 울림을 줬다. 자신이 도전해야 할 분야가 불확실하고 위험한 곳임을 알면서도 직장을 그만둔 채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이유 하나로 도전하는 그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빛났다.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기면 주저 없이 하던 일들을 멈춘 채 도전할 수 있도록. 오늘 전해 받은 용기를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손나은 기자
손나은 기자

 twonn20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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