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강화
토지공개념 강화
  • 김한길 기자
  • 승인 2018.03.27 23:32
  • 호수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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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29. 자유와 평등의 딜레마
▲ 출처 : 연합뉴스

[View 1] 부동산 소유자
햇살이 따스한 평화로운 오후. 소파에 누워 한가로움을 만끽하며 뉴스를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어떤 정부 관료가 텔레비전에 나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땅이 우리 것만이 아닌 모두의 것이라는, 상식적으론 이해되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가.

부동산 등기상으로 우리 소유가 명백하고, 가문 대대로 이 땅에서 살아와 단 한 번도 우리 땅임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 땅이 우리 것이 아니고 모두의 소유일 수도 있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생각해보면 이러한 일이 처음은 아니다. 때는 1978년 개발독재 시대. 군사정권에서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땅값을 잡겠다고 토지 소유권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가 강력한 반대 여론에 밀려 흐지부지됐었다. 개인적으로 잘못된 과거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재를 살아가는데 지침으로 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바보같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려 하는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임과 동시에 법치주의 국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유재산권은 헌법상으로 보장된 가치이다. 또 재산의 자유로운 이용과 처분은 우리나라의 근본정신을 이루는 자유의 가치와도 연결된다. 그런데 정부는 불평등 해결에 치중하면서 보다 중요한,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정교한 법질서와 자유의 가치를 건드리고 있다. 아무리 선한 의도로 진행하는 제도라고 해도 지켜야 하는 원칙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권의 입맛대로 법을 바꾸고 정책을 펼칠 것이라면, 헌법은 왜 존재하는 것이고 어떤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겠는가.

 

[View 2] 토지공개념 확대 찬성자
토지의 공적 개념 확대라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그동안 우리는 살인적인 집값과 임대료에 얼마나 괴로워했는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대통령답게 국민을 위해 애쓰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나처럼 반갑지 만은 않은가 보다. 인터넷을 보니 정부의 개헌안 발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하나같이 토지공개념이 위헌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22조에 ‘국가는 국민 모두를 위해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개발과 발전을 위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즉, 지금 정부가 주장하는 토지공개념 강화는 이와 같이 법적인 근거가 보장돼있어 제도화 과정에서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은 비정상적인 상황임이 틀림없다. 부동산을 가진 자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임대료를 받아 평생 풍족하게 살고, 가지지 못한 자들은 임대료를 내기 위해서 뼈 빠지게 일한다. 이것이 과연 공평한 사회인가. 또 어떤 이는 이번 정부의 발표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해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자유 시장 경제 체제 속에서 사유재산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정부가 그들의 소유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도 아니고, 단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토지의 이용이나 처분에 부분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인데 체제 전복을 논하는 것은 너무 비약이 심한 논리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은 우리나라 체제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주머니 속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Report] 토지를 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둘러싼 논쟁
청와대는 지난 21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서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분명히 할 것”이라며 토지공개념의 제도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토지공개념이란,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토지공개념을 찬성하는 사람은 토지공개념 확립이 과도한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토지공개념을 반대하는 사람은 개인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 우려된다면서 국가가 언제든지 토지의 사용과 처분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경제 원칙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토지공개념은 단순히 토지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토지공개념은 앞서 말한 것처럼 공정‧공평한 부의 분배를 지향하는 경제민주화와 자본주의 경제를 떠받치는 사유재산권 보호가 상충하는 모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한 헌법상에서의 토지공개념 강화는 토지 보유에 대한 패러다임의 완전한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에 있어 자유를 중시할 것인지, 혹은 평등을 중시할 것인지가 달린 사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만큼, 정부에서 슬기롭게 두 대립각의 간극을 좁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한길 기자
김한길 기자

 onlyoneway@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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