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의 도시, 포틀랜드
힙스터의 도시, 포틀랜드
  • 『후 이즈 힙스터?』저자 문희언
  • 승인 2018.03.28 16:52
  • 호수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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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즈 힙스터? 힙스터 정신을 찾아서

최근 포틀랜드라는 도시의 이름이 국내에서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 서점에서는 포틀랜드 관련 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서부 오레곤주의 작은 도시인 포틀랜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포틀랜드가 가장 유명한 ‘힙스터의 도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인터넷 뉴스 매체인 <Vocativ>의 2013년 발표에 따르면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35세 이하 젊은이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혔다고 한다.


포틀랜드는 인구 63만 명의 소도시지만, 새로운 직업을 찾기 쉽고, PDX 공항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바다와 숲이 있어 자연환경이 좋으며, 나이키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본사가 있으며, 임대료가 낮고, 세금이 없어 생활비가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도심이 작아서 20분이면 도보로 다 둘러 볼 수 있고, 자전거 도로도 발달해 살기 좋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 덕에 젊고 창조적인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오기 시작하면서 포틀랜드는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됐다.


 젊은이가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뉴욕과 포틀랜드와 가까운 샌프란시스코의 힙스터도 비싼 임대료를 피해 포틀랜드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포틀랜드로 온 그들은 회사에 취직하기 보다 자신만의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유명해지면서 포틀랜드는 더욱 ‘힙스터 다운’도시가 됐다.그러나 아무리 포틀랜드가 힙스터의 도시라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때마다 필자는 포틀랜드를 기반으로 성장한 두 가지 예를 든다.


첫 번째는 국내에서도 한국어판이 발간될 정도로 유명한 라이프스타일 잡지「킨포크(Kinfolk)」이다. 스몰 개더링(A Guide for Small Gatherings)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며 포틀랜드에서 탄생했다. 킨포크는 편집장 윌리엄 네이선(1987년생)이 2011년에 창간한 잡지로, 그는 대학 시절부터 개인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졸업 후 골드만삭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회사에서 블로그 활동을 금지하자 회사를 관두고 부인의 고향인 포틀랜드로 이주한다. 킨포크는 2008년부터 2011년에 걸쳐 네이선이 운영하던 블로그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으로, 본인이 보는 것들과 기존 잡지에서 보여주는 것들의 격차를 인식하고 부인 케이티와 친구인 더그와 페이지 등과 함께 1년에 네 번 나오는 계간지를 만들기로 한다. 네이선은 마사 스튜어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단, 그는 잘 차려진 식탁에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


킨포크는 전 세계 잡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킨포크의 가장 큰 혁명은 광고가 없는 점이다. 광고가 없는 잡지는 독자에게 한 권의 책처럼 다가왔다. 광고가 없으므로 킨포크는 하나의 상품을 보여주기 보다 하나의 ‘장면’을 보여준다. 킨포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주변이 정원에서 기른 꽃으로 장식돼 있는 커다란 테이블을 중심으로 소중한 친구나 가족 대여섯 명이 둘러앉아 있고, 파머스 마켓에서 산 재료로 만든 요리를 함께 먹고 마시는 모습이다. 배경으로만 사용되던 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물건을 사용하는 주체임을 보여준다. 킨포크를 통해서 사람들은 내가 즐기고 싶은 것들,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단순히 예쁘게 차려 놓은 테이블 주변에 둘러앉아 먹고 마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행하는 주체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누구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킨포크의 메시지에 사람들이 반응한 것이다.


두 번째는 2013년에 사망한 알렉스 콜더우드가 세 명의 동업자와 만든 유명한 부티크 호텔인 ‘에이스 호텔(Ace Hotel)’이다. 2007년 포틀랜드 다운타운에서 개장한 호텔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에이스 호텔은 처음 시작부터 일부로 도심에 자리 잡고 그 지역의 가게들과 손잡고 슬럼화된 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쇠락한 지역을 다시 재생시키는 사업)’을 위한 노력의 방법으로 시작되었다. 포틀랜드의 에이스 호텔 1층에는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쉴 수 있는 라운지가 가운데 있고 양쪽 옆에 포틀랜드에서 탄생한 스텀프타운 커피(Stumptown Coffee)와 레스토랑 클라이드 커먼(ClydeCommon)이 있다. 호텔에서 직접 레스토랑과 카페를 운영하지 않고 지역 업체와 협력하여 상생하고 있다. 또한, 지역 아웃도어 브랜드인 펜들턴(Pendleton)의 침구를 사용하는 등 지역과 협력하고 있다.


이전까지 호텔이 단순히 숙박을 제공하는 업소였다면 에이스 호텔은 숙박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소품이나 가구, 인테리어, 침구, 샤워 편의품 등 사소한 것들에도 신경 써 다른 곳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한다. 또 손님이 사용한 침구, 샤워 편의품 등을 판매해 호텔과 손님의 유대를 이어나간다. 이렇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호텔의 출현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지역에 젊은이들의 유입을 이끌어냈다.


킨포크와 에이스 호텔의 창업자들은 자신이 힙스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은 충분히 힙스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힙스터는 남과 다른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 라이프스타일 잡지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킨포크처럼 비주얼을 중시하면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전면적으로 내세운 잡지는 없었다. 호텔도 항상 있었고, 그저 하룻밤을 지내는 공간에 불과했으나 에이스 호텔은 지역과 상생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킨포크와 에이스 호텔이 이런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할 수 있었던 정신, 그것이야말로 힙스터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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