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제
대체복무제
  • 손나은 기자
  • 승인 2018.04.03 15:52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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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30. 배려가 존재하는 의무를 위해
▲ 출처 : 한겨레

[View 1] 아웃사이더 A
나는 소위 말하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이다. 그렇다고 불쌍히 여길 필요는 없다. 어릴 적 경험했던 단체생활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들과 함께하면 속이 답답하고 메스꺼워져 일부러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조를 짜서 해결해야 하는 양이 많은 과제도 밤을 새우며 혼자 제출했고, 남들이 돌려본다는 족보 하나 없이 과 수석을 빈번히 따냈다.
 

그런 나에게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군대다. 단체 생활을 싫어하는 나에게 군대란 지옥과도 같은 곳이다. 혹시나 군 복무를 대체할 방안이 있을까 인터넷을 뒤졌지만, 수많은 병역 거부자와 관련 처벌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국방의 의무를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체생활이 아니라면, 복무기간이 배로 는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


나는 총기 사고를 일으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을 이해한다. 그들도 바깥에서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며 맡은 바를 착실히 해내는 한 명의 사람이었겠지. 병사가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개인의 잘못일까? 나와 같이 단체 생활을 겪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대안을 준비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View 2] 얼마 전 군 복무가 끝난 B
‘군 복무를 할 바에는 십자인대를 끊겠다.’ 약 3년 전 내가 일기에 썼던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 십자인대는 두 쪽 다 멀쩡하다. 그렇다고 병역의 의무에서 도피하지도 않았다. 군 복무도 착실히 이행 중이다. 3년 전의 나는 아마도 겁에 질렸던 것 같다. 가족과 친구와의 단절, 미디어와의 단절, 자유로운 생활과의 단절. 그 모든 것이 두려워 신체를 훼손하는 상상까지 하며 병역을 피할 생각을 한 것이겠지. 하지만 군대는 내 생각만큼 그렇게 지옥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받는 훈련은 힘들었지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줬다. 하지만 여전히 군대 내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상명하복의 잔재는 아직 남아있고,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대우에도 입을 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군대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대체복무제가 현행 징병제를 개선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 복무제는 지금의 군대 내 부조리를 개선하기보다 병역기피자들에게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주요 대상일 텐데, 명확한 기준으로 그들을 판단하기엔 ‘양심’은 너무 모호한 개념이다. 현행 징병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면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Report] 군인이 존중받을 권리를 찾아서
지난달 16일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 총회에서 한국은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를 불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대체복무제에 관해 실질적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으나 결국 올해도 대체복무제는 수용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현행 징병제는 여러 문제를 갖고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  마련부터 시작해 군 부적응자 관리 문제, 성전환자의 병역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따라서 대체복무제 시행 논의가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에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2013년 이후로 군대 내 사망률은 줄어가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매년 50명이 넘는 청년들이 군대에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사망 원인 중 자살이 과반수라는 점은 현행 군대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시 관련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징병제의 적폐가 잔여물로 남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행 징병제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이뤄져 개인이 존중받을 수 있는 군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손나은 기자
손나은 기자

 twonn20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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