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역량 위한 ‘영어 강의’… 실효성은 “글쎄”
글로벌 역량 위한 ‘영어 강의’… 실효성은 “글쎄”
  • 장승완·임수민 기자
  • 승인 2018.04.03 21:29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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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실제 수업에서 영어 사용 드물어… 이름뿐인 영어 강의 다수

'영어 강의’란 강의·교재의 전체 또는 일부를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말한다. 2000년대 이후 일부 대학에서 ‘글로벌 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영어 전용 강의를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J’ 언론사 대학 평가 지표의 ‘국제화 지수’에 영어 강의 비율이 포함되면서 영어 강의는 우후죽순으로 개설됐다. 하지만 도입 이후 영어 강의에 대한 논란은 오랫동안 대학가에서 끊이지 않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 대학의 영어 강의 실태와 실효성을 알아봤다.
 

▲ 일러스트 고다윤 기자

2018학년도 1학기 개설된 영어 강의 수는 총 785개(죽전: 335개, 천안: 450개)로 전체 강의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디스플레이공학과의 경우 이번 학기에 개설된 전공과목(전공필수, 전공선택 과목) 16개 모두 영어 강의로 개설돼 전공과목 영어 강의 비율이 100%에 달한다. 물리학과 또한 13개의 전공과목 중 7개가 영어 과목으로 개설됐다.
 

이렇듯 우리 대학은 현재 교수별 1인 1영어 강의(이공계열은 2과목)를 권장하고 있어 종합 강의 시간표에 영어 강의로 개설된 과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개설된 영어 강의는 강의평가서의 ‘강의 만족도’와 ‘영어 사용 빈도’ 항목 등을 토대로 평가된다.
 

하지만 본지에서 영어 강의로 개설된 전공과목 수업 10개를 무작위로 골라 조사해 본 결과, 책과 수업 모두 국어로 진행하는 강의는 7개, 책은 영어로, 수업은 국어로 진행하는 강의는 2개였다. 단 1곳만이 책과 수업 모두 영어로 진행했는데 이마저도 국어와 영어가 혼용돼 전공 용어만 영어를 사용하고 설명은 국어로 진행했다. 우리 대학 유학생 에드워드(국제경영·3) 씨는 “많은 수업이 영어 강의로 개설됐지만 실제 영어로 진행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다”며 “특히 공학 수업과 같은 경우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돼 불만을 토로하는 유학생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 영어 강의를 맡은 융합기술대학 소속 A 교수는 “영어로 수업을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고 듣는 학생은 더 큰 부담이다”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프린트물만 영어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영어 강의 성적평가방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대학은 성적을 상대평가(A등급 25% 이내, B등급 누적 60% 이내, C등급 이하 누적 100%)로 산출한다. 하지만 영어 강의의 경우 재학생의 부담을 덜고 영어 강의에 대한 선호를 높이기 위해 비교적 완화된 특별평가 방식으로 산출한다.
 

특별평가는 A등급 30% 이내, B등급 이하 누적 100%로 상대평가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따라서 영어로 진행되지 않거나 영어가 극히 일부만 사용되는 과목이라면 비교적 성적 부담이 적은 영어 강의를 선택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전명훈(전자전기공·4) 씨는 “지금까지 영어 강의를 3~4개 수강했지만 수업이 영어로만 진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비 영어 강의와 비교해 수업과 시험 등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성적 기준은 완화돼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어 후배들에게 영어 강의를 추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어 강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대학교 정동욱 교수 연구팀은「대학의 영어전용강의 수강이 학생의 글로벌역량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영어 강의 수강이 학생의 지식, 기술 역량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결과는 전국 70개 대학의 재학생 1만8천912명을 표본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연구팀은 “학생들이 영어 강의를 수강할 때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아 학습 효과가 반감된 것으로 보인다”며 “영어 강의보다는 어학연수, 해외 인턴십, 교환학생 등의 프로그램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명우(화학·3) 씨 또한 “한국말로 해도 어려운 전공과목을 영어로 진행해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전공 지식과 글로벌 역량을 동시에 길러주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사실상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화 시대에 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전공과목의 영어 강의 확대는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해외 유학은 물론 해외 취업자 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국제 공용어인 영어로 전공과목을 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수한(모바일시스템공) 교수는 “어려운 공학을 영어로 진행해 학생들이 잘못 이해하기도 하고 부가 설명 때문에 진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있어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해외 미팅을 비롯한 국제적인 업무나 해외 취업 등에 유리하기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영어 강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1천679명이던 해외 취업자 수는 2015년 2천903명, 2016년 4천811명으로 해마다 증가해 의사소통은 물론 전공 분야 관련 영어 능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대학에 늘어나는 유학생 수에 대비하고 캠퍼스의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영어 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 대학은 ‘Dynamic Dankook 2027’ 4대 핵심과제를 통해 ‘국제화’를 캠퍼스 안에 융화시키는 작업의 일환으로 많은 수의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15년 410명이던 우리 대학 유학생 수는 2016년 616명, 지난해 856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 제인(무역·3) 씨는 “다양하게 개설된 영어 수업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다”며 “영어가 국제 공용어인 만큼 유학생을 제외한 단국대학교 재학생들에게도 영어 강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안캠퍼스 학사팀 이명우 팀장은 “아직 영어 강의 제도에 미흡한 점이 있지만, 영어 강의 전용 교재 개발이나, 어학교육 강화 등의 노력을 할 것”이라며 “우리 대학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향상을 위해 영어 강의를 기존보다 축소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장승완·임수민 기자
장승완·임수민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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