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보도를 위한 꼬마 기자의 고찰
투명한 보도를 위한 꼬마 기자의 고찰
  • 박혜지 기자
  • 승인 2018.04.03 21:35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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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 단대신문인데요!” 학보사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한 말 중 하나다. 학생을 인터뷰하거나 취재를 할 때 항상 먼저 꺼내는 말이니 말이다.

기자는 학내 사건사고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기사를 낸다. 문제는 항상 좋고 훈훈한 이야기만 다루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은 교직원을 찾아가 서로 민망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과연 이 취재로 많은 부분이 변할까 하는 의문이다. 기자는 조금이나마 더 진실성 있는 보도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일반 학생들은 부조리한 상황을 대면하고도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생들의 입장이 어떤지 정확히 알기도 어렵다. 어렵사리 인터뷰가 성사됐다 하더라도, 그들의 실명을 받아내 신문에 싣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학내 구성원의 고충을 언급하며 문제의 중요성을 공론화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 맞지만, 학생도, 기자도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하기에는 혹시나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먼저 떠오른다.
 

본지 12면에서는 ‘부실대학’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기자가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 가장 많이 걱정했던 것은, 현재 우리 대학의 구성원이 된 서남대학교 학생이었다. 그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을 ‘서남대’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언급해야 그들의 마음을 덜 후벼 파는 것일까. ‘팩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팩트를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그들을 덜 힘들게 하는 것일까. 기자는 소신 있게 자신의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아직 명함을 내미는 것조차 어려운 꼬마 기자 입장에서는 소신보다는 상대방이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기자로서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당연히 서남대 편입생을 인터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는 무척이나 실례되는 일이었다.
 

기자는 항상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지난 창간 70주년 특집호에서 본지의 영향력에 관한 구독자의 생각을 물어봤다. 결과는 5점 만점에 2.59점. 내용구성, 신뢰도 등 다른 다섯 가지 항목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수치를 보고 나니 학생들의 생각과 태도가 이해됐다. ‘어차피 이야기해도 바뀌지 않을 텐데…….’ ‘이야기해봤자 나만 손해일 텐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인터뷰가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작 학교문제가 아닌 가벼운 주제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할 때는 친절한 답변이 오니 말이다.
 

앞으로, 단대신문 기자로서 활동하며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단대신문의 영향력을 키워 후배 기자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후배 기자들은 조금 더 편안하게 취재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학생들도 본인의 의견을 떳떳이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조금 더 투명한 보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박혜지 기자
박혜지 기자

 hyej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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