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학교 폐교, 그 후 - 갈 곳 잃은 폐교 대학 학생과 교직원들
서남대학교 폐교, 그 후 - 갈 곳 잃은 폐교 대학 학생과 교직원들
  • 양민석·박혜지 기자
  • 승인 2018.04.04 08:37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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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순서대로 학교가 문을 닫는다

Prologue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폐교절차를 밟은 대학은 총 12개, 올해만 해도 폐교된 대학은 대구외국어대학교·서남대학교·한중대학교·대구미래대학교로 무려 4개에 달한다. 그렇게 대학교는 하나둘 사라졌지만, 대학교를 구성했던 사람들의 삶은 고스란히 남겨졌다. 폐교된 대학을 다니던 학생은 수업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내몰렸고, 교수와 교직원은 한순간에 실직자로 전락해 다른 교육기관의 일자리를 알아보며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폐교 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육부가 올해 시행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부실 대학교를 중심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폐교 도미노’ 현상은 2002년 이후의 ‘저출산 세대’가 성인이 되는 2020년대, 학령인구 절벽 시대에 앞서 전국 대학이 맞닥뜨리고 있는 생존난을 보여준다. 지난 1월 24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가 향후 대학 정원과 진학자 수를 추정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전문대학교는 43개, 2024년 4년제 대학은 73개 대학이 학생이 없어 폐교될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28일에 폐교된 서남대학교는 이러한 급격한 시대 변화의 시발점이다. 대학 이사회의 끊이지 않는 비리로 인해 부실한 학사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서남대학교는 지난해 12월 13일 교육부로부터 폐쇄 명령을 받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이와 같은 폐교 현상이 ‘대학 정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남기고 있을지 알아보고자 서남대학교를 지난달 26일 찾아갔다.
 

▲ 찢어진 서남대학교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상실의 흔적만이 남은 폐허의 캠퍼스
“서남대학교요? 무슨 일로 없어진 대학에 찾아가요?” 수상한 눈빛으로 기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택시 기사의 차를 타고 서남대학교(이하 서남대) 정문에 도착한다. 화창한 날씨가 무색하게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을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다. 정문을 통과하자 마치 무인도에 온 듯한 적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서남대 마크가 그려진 교기가 찢어진 채 힘없이 바람에 나부끼는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보니,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운동장 너머 캠퍼스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건물의 유리문에 붙어있는 대자보 ‘서남대학교 학생들에게 알립니다’가 기자의 걸음을 멈춘다. 대자보에는 폐교 이전에 200여 명의 교직원이 1천659명 재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 교단을 떠나 청와대로 간다는, 지난해 12월 11일의 생생한 기록이 적혀있다.
 

▲ 먼지 쌓인 의과대학 복도에 쓰레기가 버러져 있다


발길을 돌려 건물 내부로 들어가 봤다. 의과대학 강의실에는 수업의 흔적이 남아있는 칠판의 글씨와 부서진 책상과 의자가 보였고, 실습실에서는 방치된 실험 기구와 학생의 필기 노트가 보였다.
 

▲ 교수 연구실에 전공서적과 논문, 학생의 상담기록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정리하지 못한 마음으로 서남대 시계의 태엽을 되감다
학교법인 서남학원의 청산 작업을 진행하는 직원 한 분이 있다는 말을 듣고 대학 본관에 들어갔다. 본관에 들어서니 서남대 사무처 직원 A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기자가 폐교 당시의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언짢은 표정으로 폐교를 반대했던 그날을 회상한다.

“대학 정상화 방안을 교육부에 3차례 제출하고, 명지의료재단, 서울시립대 등 여러 기관의 인수를 제안 받았지만, 교육부는 이를 거부하고 폐교 절차를 단행했다. 정상화의 기회에 희망을 걸었던 우리는 좌절했지만, 폐교로 인한 서남대 구성원과 지역주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교육부에게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취하라는 시위를 하는 등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서남대 학생들이 타 대학으로 편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교육부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대화를 하다가 분에 못이겨 붉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은 폐교 이전의 서남대를 잊지 못하는 학교 구성원의 분노와 좌절을 보여준다. 기자가 우리 대학에 서남대 학생들이 편입학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A 씨는 “우리 학생들이 타 대학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지 걱정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남겼다.
 
 

▲ 폐교 이후 캠퍼스 주변 상점은 대부분 폐점됐다

침묵이 흐르는 대학가 주변 상권과 원룸촌
학교 후문 건너편에는 문을 닫은 상점 30여 개가 늘어서 있다. 상가 건물의 우편함에는 확인하지 않은 우편물이 쌓여 넘쳐있고, 유리창에는 매매·임대 현수막이 부착돼있다. 과거 서남대 정상화 대책위원회 회원이었던 남원시 광치동 주민 B 씨는 “이웃 상인들은 대부분 시내로 떠나거나 가게 일을 접어서 현재 3~4명만 남아있다”며 활기를 잃어버린 상권의 현실에 울적함을 나타냈다.
 

▲ 00원룸 임대업자 박용수(65) 씨는 폐교 이후 텅 빈 원룸에 토끼를 사육 사업을 하고 있다

원룸촌이 형성돼있는 율치마을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박양수(65) 씨. 그는 “서남대 덕에 밥벌이를 할 수 있었는디, 원룸이 텅텅 비었당께. 오죽했으면 내가 빈 방에 토끼 사육을 하고 있어잉. 권리금은 30만 원대에서 5~8만 원대로 떨어져브렀다”며 답답한 현실을 토로했다. 율치원룸을 운영하는 소상석(75) 씨는 “아따. 남원시민으로서 서남대 폐교를 반대하는 시위를 겁나게 했었지. 마을에 학생들이 자주 찾아왔었는데 그립구먼”이라며 서남대 폐교로 인한 상실감을 나타냈다.

 

▲ 서남대학교 대학 본관 건물 1층 바닥에 낙엽들이 흩어져 있다

폐교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홍하 전 서남학원 이사장이 자신이 설립한 대학 4곳에서 총 897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6월 징역 9년 1심 선고를 받을 때까지, 서남대는 한국 대학에 만연한 사학비리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부패한 사학재단의 재정 운용으로 인해 서남대는 2015년 기준 등록금 의존율이 91.5%, 2017년 기준 재학생 충원율이 28.2%에 달하는 등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올해 폐교된 다른 3개 대학과 마찬가지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아 폐교심의대상으로 분류되는 등 ‘부실대학’의 명단에 올랐다.
 

이렇듯 대학의 역할이 부재한 곳에서 정작 피해를 본 사람들은 학생과 교직원이었다. 학생은 실습시설·편의시설 등이 부족한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학교생활을 이어갔으며 교직원은 지난해 11월 기준 임금 190억 8천만 원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대학 정상화’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서남대는 2013년 비리재단이 퇴출당한 이후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남원지역사회와의 상생발전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이후 교육부로부터 임시이사회가 결정되고, 새 총장이 임명됐으며, 남원시의회, 사회단체, 지역주민이 뭉쳐 서남대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서남대 정상화의 가능성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대학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고, 재정기여자를 물색하는 등 3년 간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17일 교육부의 폐쇄방침이 확정됐다.
 

폐교 이후, 서남대 학생 총 1천893명이 특별편입대상자로 분류돼 전북과 충남지역의 대학교로 편입됐고, 교직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서남대 인근 주변은 경기 불황을 맞고 있다. 그리고 서남대 재단의 잔여재산은 현행 ‘사립학교법 제35조’에 따라 이홍하 전 서남학원 이사장의 딸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신경대학교 학교법인 ‘신경학원’에 귀속될 예정이다.

 

▲ 서남대학교 강의실은 정리돼지 않은 채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향성을 잃은 한국의 대학 정책
서남대의 사례를 비롯해 대학가에서 폐교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학비리의 잔여재산 처리, 학생의 학습권 보장, 교직원의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정부는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 폐교 대학 교권 수호를 위한 교수 연합회 이덕재 회장은 “교육부는 밀어붙이기식 부당폐교로 억울하게 피해를 본 학생과 교직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문제의 후속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앞으로 3년간 대입정원 5만 명을 줄이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의 추진으로 ‘폐교 도미노 현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정원 감축 정책은 전체 대학을 서열화하는 ‘대학의 생존난’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며 “대학설립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정책으로 방만해진 대학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정책의 방향성을 비판했다.


Epilogue
남원에서의 취재를 마친 후, 수업을 듣고 학보사에 출근하는 평범한 대학생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화창한 날씨를 맞아 새 학기의 낭만을 만끽하는 우리 대학 학생들의 모습에 흐뭇하다가도, 이에 대비되는 서남대 캠퍼스의 공허한 풍경이 떠올라 차마 미소를 짓지 못한다. 여느 대학생과 똑같이 정식적인 절차에 따라 대학에 입학했지만, 일부 폐교 대학 학생들은 여전히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대학 생활의 경험은 인생에서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해주는 수많은 시기 중 하나이다. 이에 폐교 대학 학생과 같이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부터 알아볼 소중한 기회를 송두리째 잃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현명한 정책으로 올바른 방향의 미래를 개척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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