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 콜레라를 만나다
외치, 콜레라를 만나다
  • 서민(의예) 교수
  • 승인 2018.04.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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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의 메디컬 히스토리 5
콜레라로 죽어가는 사람들
콜레라로 죽어가는 사람들


여기가 어디지?”

외치가 깨어난 곳은 배가 몇 척 떠 있는 강기슭이었다. “안돼! 마시지 마!” 물이나 마셔야겠다 싶어 손으로 강물을 뜨는데, 누군가가 달려와 외치를 심하게 밀쳐냈다. 안 그래도 아픈 무릎이 바닥에 부딪혀 더 심한 통증을 유발했다. “뭡니까? 저한테 왜 이러시죠?”
 

사내는 자신의 이름을 존 스노우 (John Snow)라고 했다. 외치가 간 곳은 1854년 런던, 당시 이곳에는 콜레라라고, 수돗물에서 물이 나오듯 설사 하다 죽는 병이 유행이었다. 당시까지 알려진 콜레라의 원인은 미아즈마 (miasma)였다. 쓰레기를 태우는 나쁜 공기가 사람에게 각종 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물을 마시면 안 되는 것이죠?”존 스노우는 한숨을 쉬었다. 이번 콜레라 유행이 런던에 닥친 세 번째 콜레라에요. 첫 번째 유행에서 32천 명, 두 번째 유행에선 14천 명이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은 아직 콜레라의 원인을 잘못 알고 있어요. 미아즈마라고요? 웃기는 소리죠.”
 

스노우는 미아즈마설을 전혀 믿지 않았다. 나쁜 공기가 원인이면 호흡기에 문제가 생겨야 하는데, 설사를 하는 건 좀 이상했다. 그래서 스노우는 콜레라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 어디 살고 있는지 지도에 점을 찍어봤다. 당시 런던에는 여러 개의 수도 회사가 난립해 있었는데, 죽은 사람들은 특정 수도회사로부터 물을 공급받던 이들이었다. “그러니까 답은 물이라고요. 당신이 저 물을 마셨다면, 며칠 후 당신은 설사하다 항문이 헐어 죽을 겁니다.” 외치는 의아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에서 특정 회사의 수돗물을 먹지 말자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스노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문제는 제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들 미아즈마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외치는 알 수 있었다. , 이 사람은 미친 사람이구나. 우리 시대에도 이런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이 시대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외치는 알았다고, 물을 안 마실 테니까 안심하라며 스노우를 보낸 뒤 템즈 강의 물을 마음껏 마셨다. 물은 시원했고, 심지어 달기까지 했다.
 

설사는 그다음 날 시작됐다. 5천 년 전에도 설사해본 적이 있지만, 이토록 심한 설사는 처음이었다. 설사하다 쓰러져 죽는 이가 많았다. 죽어가는 와중에 외치는 중얼거렸다. “존 스노우, 당신은 미친 사람이 아니었군요.” 하지만 외치의 깨달음과는 달리 영국 당국은 스노우의 말을 여전히 믿지 않았고, 이에 분노한 스노우는 결국 뇌졸중으로 죽는다. 영국이 보다 깨끗한 물을 마시도록 수도 시스템을 고친 건 유행이 한 번 더 지나간,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뒤였다.
 

콜레라 3차 유행시 존 스노우는 브로드가에 있는 이 펌프를 뽑아버림으로써 콜레라 유행을 막는다. 그럼에도 영국 당국은 스노우의 말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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