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전 의원 : 청년 정치의 리트머스 시험지, 그곳에 합격점을 찍다
김광진 전 의원 : 청년 정치의 리트머스 시험지, 그곳에 합격점을 찍다
  • 김한길 기자
  • 승인 2018.05.15 10:29
  • 호수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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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최연소 국회의원 김광진 전 의원(38)
▲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김 의원 (출처 : 오마이뉴스)
▲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김 의원 (출처 : 오마이뉴스)

 

prologue

 

국회의원이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국회의사당을 나서는 것이 상상이 되는가. 2013년 국회 사무처 선정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 2014년 행정부 출입 기자 선정 올해의 국감 인물 등 화려한 이력과 환한 미소가 돋보이는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국회의원 연금법 폐지부터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까지. 국민에게 각인된 그는 청년 정치의 희망이었다.

19대 국회의원 중 30대 이하 정치인은 단 두 명. 청년의 금단영역인 정치 한복판에서 젊은 정치인이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이 궁금했다. 열정적인 국정 활동으로 19대 국회를 빛냈던 그를 에메랄드빛 국회의사당 지붕이 보이는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무엇인가.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5년 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다 청년비례대표라는 제도에 지원해 우연찮게 1등을 해서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인이 되고 나서야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본 케이스다.

 

농과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졸업한 과만 본다면 정치와는 연관이 없어 보인다.

정치학을 잘 아는 것과 현실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채택한 나라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누군가의 삶을 대리해서 국회에 들어와서 대의민주주의를 펼치는 것. 그것이 정상적인 정치라고 생각한다.

 

발의를 했지만 통과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법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군 의문사 관련법이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의원회라는 재심 기구가 우리나라엔 없다. 일반재판 조차도 3심인데 군대에선 사망 사건조차도 헌병대가 수사하고 자체 결과를 발표하면 끝이 난다. 국회의원 재직 기간 동안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했지만 통과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에 1번 주자로 나선 김 의원(출처: news1)
▲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에 1번 주자로 나선 김 의원(출처: news1)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 1번 주자로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첫 주자인 데다가 5시간 34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설을 했는데,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데 겪었던 고충과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말해 달라.

정치 9단 정치인의 정치공학적인 판단보다 국민이 더 똑똑하다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처음 올라갈 때 의원총회에서 선거에 악재가 된다고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강행했다. 그런데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나니 김광진 힘내라라는 검색어가 포털 1위로 올라와 있었다. 그때부터 국민들을 보고 정치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청년 비례대표 자격으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으로 알고 있다. 청년 대표로서 기성 정치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공천이나 선거운동 등 각종 정치 생활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한테 빚을 진다. 하지만 나는 국회의원에서 당선되는 상황까지 딱히 빚을 지는 일들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들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장점이자 기성정치인과 큰 차이점일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어떤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평가는 남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인은 더더욱 그렇다. 전두환 대통령도 회고록을 썼다. 보통사람 같으면 부끄러워서 쓰지도 못할 텐데 말이다. 아무리 잘하고 있는 일이라고 해도 남들이 싫다고 하면 싫은 거다. 싫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냥 하면 그것은 독재가 아닌가. 다만 현직도 아닌 나에게 기자님께서 찾아와 줬다는 것. 이것이 이 질문에 대한 어느 정도 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나.

나는 진짜 정치인이고 싶은데. 정책을 펴고 권한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는 일들을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그 일만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으니까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서 법안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예산심의 충실하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에 악수하고 막걸리 마시는 일에 시간을 쓸 수가 없습니다이렇게 말하는 의원들이 은혜도 모른다고 비난받는 일이 흔하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지금까지 그래왔고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 안타깝다.

 

자신만의 정치철학이나 신념이 있다면.

최소한 헛발질은 하지 말자. 청년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상 단순한 청년운동가가 아니라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돼버렸다. 만약 내가 헛발질을 하면 젊은 놈들한테 정치 권력을 맡기면 저렇게 된다고 청년세대 전체가 비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도록 조심하며 산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불평등이다. 사람들은 뭔가 내 잘못이 아닌 거 같은데 그것 때문에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에 분노한다. 1년 전 이재용 회장이 영장심사를 받을 때 설마 이재용 회장이 구속되겠냐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상의 신분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그 노력을 대우받고 정상적으로 경쟁해서 정당한 보상을 받는 사회. 교과서적인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정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에서 청년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청년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30대 이하의 국회의원이 전체 국회의원의 1%도 되지 않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우리나라의 정책 결정에 있어서 청년세대의 대의성이 크게 상실돼 있는 것이다. 왜 우리가 30년 뒤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 사람들이 만든 정책으로 결정의 부담과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가. 비록 미숙하더라도 사안의 당사자인 청년세대가 사안을 결정할 때 참여하는 것. 이게 정상적인 정치이고 민주주의다.

 

[///] 본인을 표현하는 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파란색이다. 원래 빨간색과 녹색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붉은 계열은 자유한국당처럼 보이고 녹색은 민주평화당처럼 보일 것 같아 눈치가 보여 자연스레 파란색 옷과 넥타이를 좋아하게 됐다.

 

청년 대표로서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누군가가 하는 충고를 들으려고 하지 말라는 게 내 충고다. 사람들은 서로 간에 각자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절대 타인이 자신을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할 수는 없다.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이 성공의 척도라고 할 순 없지만 단지 기준점이라고 했을 때 꼭 서울대 나오지 않아도, 나처럼 지방대학교 조경학과 나와도 국회의원 한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그 과 안에서 내가 재밌어하는 분야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열정과 흥미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Epilogue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격언을 남긴 철학자는 죽었지만, 이 격언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지난해 우리는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할 국가권력은 우리가 선출하지도 않은 한 개인을 위해 쓰였고 우리는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야만 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실수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5년 전 우리가 저질렀던 실수 때문에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린다면 오는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그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김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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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lyoneway@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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