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3’ 포식자가 영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어벤져스3’ 포식자가 영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 장민우(국어국문·3·휴학)
  • 승인 2018.05.15 22:30
  • 호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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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논리에 따른 독과점은 정당한가?

지난달 25일 개봉한 <어벤저스: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저스 3)가 개봉 당일 관객 수 98만 명을 시작으로 지난 1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천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어벤져스3>은 영화 내적으로는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많은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영화 외적으로는 개봉 당일 2500여 개가 넘는 스크린을 점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상태이다.

극장 측은 현 사태를 관객 선택과 시장 논리에 따른 결과라며 과도한 스크린 점유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전체 극장가 스크린의 과반을 차지한 영화가 독점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처럼 <어벤저스 3>의 전례 없는 과도한 스크린 독과점 행태가 알려지면서 많은 영화인이 한국 영화시장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집계한 역대 개봉 당일 스크린 수 순위 1위부터 10위 중 6개의 영화(어벤저스:인피니티 워,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스파이더맨:홈 커밍, 킹스맨:골든 서클, 토르:라그나로크)가 외화,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이기 때문이다. 일부 영화인들은 마블 스튜디오 영화와 같이 거대 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한국 영화가 설 기회가 축소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한미 FTA 협상에 따라 논란이 일었던 스크린 쿼터제는 당시 많은 영화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축소되고 말았다. 하지만 스크린 쿼터제가 축소됐음에도 한국 영화 산업은 발전을 거듭해 한국 영화만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이후 한국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은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분명 고무적이긴 하나 <어벤저스 3>를 비롯한 여러 외화의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오늘날 국내 영화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규제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1년 중 일정 기간의 상영일을 보장해주는 형태의 스크린 쿼터제를 단순히 확대하는 것은 큰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군함도>처럼 국산 영화에 의한 스크린 독점의 경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국 영화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를 마련하면서 보다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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