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의 쇠사슬을 끊어라 : 묶어두는 것도, 나아가게 하는 것도 자신의 몫
두 가지의 쇠사슬을 끊어라 : 묶어두는 것도, 나아가게 하는 것도 자신의 몫
  • 미래인문학 연구소 권영민 소장
  • 승인 2018.05.23 17:23
  • 호수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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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미래 인문학 7


4차 산업혁명시대는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으로 시작됐습니다. 월드 와이드 웹(WWW)으로 불리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단순한 정보 매개체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상호 정보 공유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개인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산업 체계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산업의 디지털화는 과거 변화와 달리 더 넓은 범위로, 더 빠른 속도로, 그리고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문제는 개인의 역량과 상관없이 현재와 미래가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중요한 능력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태도입니다.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면 몸집이 커다란 코끼리가 성인은 물론 아직 몸집이 작은 어린 아이의 말에도 절대 복종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힘으로 보면 코끼리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데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 비결은 아기코끼리 길들이기에 있습니다. 아기코끼리를 길들일 때 ‘쇠사슬’을 이용합니다. 사육사는 붙잡혀온 아기코끼리의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커다란 말뚝에 묶어 도망가지 못하게 해놓습니다. 처음에 아기코끼리는 쇠사슬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납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기코끼리는 도망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쇠사슬의 범위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그 이후로는 쇠사슬을 끊기 위한 노력을 멈추고 그렇게 묶여 지냅니다. 코끼리가 성장해 얇은 밧줄을 끊고도 남을 힘이 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쇠사슬로 인해 평생 가느다란 밧줄에 얽매여 살아갑니다.

 

▲ 쇠사슬에 묶인 꼬끼리의 발
▲ 쇠사슬에 묶인 꼬끼리의 발

 

“노(魯) 나라에 월형을 받아서 발이 잘려 외발인 숙산무지(叔山無趾)가 있었는데,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공자를 찾아갔다.”…… 이를 본 공자는 ‘그대는 근신하지 않고 과거에 이미 죄를 지어서 꼴이 이렇게 되었소. 그러니 지금 와 봤자 늦었소이다.’ 이렇게 공자가 대답하자 무지(無趾)는 다음처럼 대답했다. ‘저는 다만 도를 힘써 배울 줄을 몰라서 처신을 잘못해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선생님을 뵈러 온 것은 발보다 더 귀중한 것이 남아서입니다. 그것을 온전하게 하고 싶습니다.’ ”

 
《장자》〈덕충부〉


노나라 사람인 숙산무지는 형벌의 하나인 월형으로 한 쪽 발이 잘린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공자를 찾아갔는데, 이를 본 공자는 뜻밖의 말을 합니다. 이미 늦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러나 숙산무지는 공자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비록 과거의 잘못으로 한 쪽 발이 없어졌지만, 삶이 중단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도 숙산무지와 동일하게 수많은 실패와 상처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몸과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남아있습니다. 그럴 때 ‘이젠 틀렸어’라는 자신을 포기하는 말이 아니라, 숙산무지처럼 이렇게 고백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선생님을 뵈러 온 것은 발보다 더 귀중한 것이 남아서입니다. 그것을 온전하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 앞에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발에, 혹은 마음에 쇠사슬로 묶어 놓은 사람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먼저 묶여 있는 그 쇠사슬을 끊어야 합니다. 우리의 문제는 능력과 준비의 부족이 아닙니다. 공자처럼 ‘마음의 쇠사슬’로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까지 묶어 놓는 잘못을 하면 안 됩니다. 공자는 경험이 쌓일수록 쇠사슬이 되었다면, 숙산무지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온전함으로 나아감을 배웠다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분의 차이도 아니며 능력의 차이도 아닙니다. 또한 많은 경험을 했느냐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였느냐 입니다. 사람들은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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