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에서 나의 취향으로
타인의 취향에서 나의 취향으로
  • 『후 이즈 힙스터?』 저자 문희언
  • 승인 2018.05.24 01:44
  • 호수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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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 대백과

힙스터의 ‘화전민적인 태도’와 인터넷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취향도둑’과 ‘취향나치’가 힙스터에 대한 인식을 점점 더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힙스터가 즐기는 것들(커피일 수도 있고, 가방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고,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을 만드는 사람이 곧 힙스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즐기고 있는 것들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취향이 쌓이고 쌓여 발산된 것이다. 한 개인의 취향 속에 공감할 수 있는 신념이 들어 있다면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포틀랜드의 에이스 호텔과 킨포크는 이제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됐다. 개인의 취향과 신념에서 시작된 것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브랜드가 가져온 변화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꿨기 때문일 것이다. 에이스 호텔이 생겨 포틀랜드의 도심에 활기가 넘치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동네로 바뀌고,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과 친구의 일상을 담은 잡지인 킨포크에 많은 사람이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이렇게 직접 나의 삶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하나씩 삶의 목표(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힙스터가 추구하는 비주류, 진보, 환경보호, 자원 절약, 소량 생산 소량 소비하는 생활 습관, 공동체 속에서의 삶)에 맞춰 변해가는 것을 실감하면서 사람들은 힙스터가 일으킨 생활 혁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항상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좋은 것을 재빨리 찾고, 문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동시에 실천력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들은 자연스레 각각의 분야에서 선구자가 되어 새롭고 좋아 보이는 것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국내에도 분명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만든 것을 즐기며 그들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힙스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힙스터를 단순히 홍대병 걸린 젊은이라고 비웃지만, 이제는 그들로 인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가 왔는지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시점에 도달했다.


힙스터와 보통 사람을 구분 짓는 것은 ‘취향’일 것이다. 힙스터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들을 힙스터로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특별한 것, 좋아 보이고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을 발견하여 퍼뜨린다. 그것을 흉내만 내는 취향도둑이 있고, 그런 취향도둑을 비난하는 취향나치도 있지만, 힙스터, 취향도둑, 취향나치가 있기에 우리의 생활이 좀 더 풍부해졌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친구와 만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그 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고, 영화관에 가서 흥행 대작이라는 한국 영화를 본 후, 교보문고에 들려서 베스트셀러 1위의, 그림이 대부분인 에세이 한 권을 산다.


이 패턴은 대도시에 사는 젊은이가 휴일을 보내는 가장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친구 대신에 연인을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좀 더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힙스터가 모여 있는 동네인 홍대는 매력적이며 탐구하고 싶은 동네일 것이다. 남들과 달라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가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사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쉽게 힙스터라는 말을 놀림거리로 사용하는 이유는 ‘남과 다른 모습’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적인 인식에 이미 흡수되어 있어서일 거라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 결혼해서 아파트에 사는 행복한 인생’이라는 모범적인 인생이 최고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사람들이 이런 평범한 인생에서 벗어나 음악이 좋아서 홍대에서 밴드 활동을 하고, 그림이 좋아서 그림을 그려 인터넷에 팔고, 책이 좋아 박봉에도 출판사에서 일하고, 빵이 좋아서 빵 가게를 차리고, 술이 좋아서 술 가게를 하고, 오로지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것을 하는 힙스터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어렵다.


지금까지 본인이 배웠던 것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상상도 할 수 없던 라이프스타일이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한편으로는 분명 부러운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한국 특유의 대학을 중시하는 교육 환경과 대기업이 아니면 행복할 수 없다는 분위기에 사람들은 남과 다른 눈에 띄는 것들을 그냥 있는 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의 것들과 다르다고 거부감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한 재화들은 이미 검증된 것들뿐으로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다. 정말 좋은 것일 테고, 쉽게 손에 얻을 수도 있고, 혹은 남들도 다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쉽게 얻을 수 없고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에도 분명 좋은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좋은 것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힙스터라고 생각한다. 각자 본인이 좋아하는 것, 취향에 따라 좋은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직접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이런 행동이 여러 분야에서 많이 생겨나면 생겨날수록 우리의 생활이 좀 더 풍부해질 것은 확실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비주류를 찾는 힙스터의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겠지만, 그런 그들을 인정하고 응원한다면 우리의 생활이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후 이즈 힙스터?』 저자 문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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