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32. 동물실험
화요시선 32. 동물실험
  • 김진호 기자
  • 승인 2018.05.26 00:19
  • 호수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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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 위 생명의 무게
출처 :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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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1] 화장품 회사 연구원 A 씨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는 우리 회사에 동물실험은 필수다. 동물실험에 따른 회사 이미지 실추, 관련 법안 공표 등 회사에 불이익은 많지만,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은 제품을 내놓았을 경우 우리 회사가 받을 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물실험으로 많은 실험동물이 희생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가 동물 해부를 통해 생식과 유전을 설명했듯, 동물의 희생이 현재의 의학, 생물학, 해부학 등의 토대가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소아마비나 결핵, 홍역 등 인류에게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백신도 동물실험을 통해 찾았다. 이렇듯 인류는 동물의 희생으로 발전하고, 살아남았다.

그렇다고 동물을 무분별하게 희생시키지는 않는다. 동물실험은 엄격한 규칙과 법률에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된다. 이를 ‘3R 원칙이라고 부른다. 3R 원칙은 필요한 실험동물의 수를 줄이고(Reduce), 실험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대한 적게 하고(Refine), 되도록 동물실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자(Replace)’는 원칙이다.

다양한 대체 방법이 나왔지만,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의 기술은 아직 없다. 또한 회사의 입장에서는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임상시험은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자칫하면 대상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동물을 이용한 실험이 가장 나은 방법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View 2] 동물보호단체 B 씨
실험동물은 인간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함에도, 생명을 존중받지 못한다. 나는 실험동물 입양 프로젝트를 통해 비글 코코를 입양했다. 코코는 내게 입양되기 전 소화제 효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동물이었다. 만약에 코코를 입양하지 않았다면, 동물실험 후 더 이상의 스트레스나 고통을 주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안락사를 당했을 것이다. 이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잔인한 규칙일 뿐이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동물실험의 비효율성을 전면적으로 보여줬다. 1957년 독일 제약회사 그뤼넨탈이 임산부 입덧 방지약의 주성분으로 사용한 탈리도마이드는 쥐와 개, 고양이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된 성분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 약을 먹은 임산부들은 팔, 다리뼈가 없거나, 손발이 몸통에 붙어 있는 기형아를 출산했다. 또한 아스피린과 페니실린 등 많은 의약품이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서는 전혀 다른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윤리적인 측면에서나, 약리학적 측면에서나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동물실험. 이젠 그 잔혹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Report] 윤리적 모순을 벗어난 발전을 찾아서
지난 2,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허동은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첨단 의료 재료인체 태반을 칩 위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칩 위의 인간(human on a chip)’ 프로젝트의 완성을 앞당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칩 위의 인간은 기존에 개발된 칩 위의 장기(organ on a chip)’를 연결해 만드는 장기 칩이다.

장기 칩은 전자회로가 놓인 칩 위에 살아있는 특정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배양해서 해당 장기의 기능, 특성, 장기 세포의 생리적 반응 등을 모방하는 기술이다. 최초의 장기 칩은 2010년 허 교수의 주도로 약 3cm의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 칩 위에 전자회로와 함께 폐 세포를 배양한 것이다.

장기 칩의 가장 큰 장점은 동물실험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쥐, 침팬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식품 보조제, 신약, 화장품 등의 안전성 및 효능 등을 검증했다. 하지만 이러한 동물실험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았고,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받은 의약품일지라도 사람에게는 위험한 경우가 존재했다. 하지만 장기 칩을 통한 실험은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는 최소화하면서 사람에게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장기 칩의 발전 가능성을 깨달은 미국, 한국,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의 연구팀이 장기 칩 개발 및 상용화에 돌입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장기 칩이 단지 한 개가 아닌 인간의 모든 장기와 조직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기 칩과 같은 과학 기술의 진보를 통해 무언가의 희생이 따르지 않을 윤리적인 임상시험이 머지않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 기자 notice4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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