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승인 2018.05.26 15:35
  • 호수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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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

이번 대학 축제도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돌발 상황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묵혀왔던 청춘들의 흥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술 좀 못 마시면 어떠하리. 오래전부터 이날을 위해 갈고 닦았던 학생자치기구와 여러 동아리 덕분에 많은 사람이 마음껏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3일간의 일정동안 알게 모르게 고생한 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 축제에 대해 아쉬움이 컸던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오랫동안 있어왔던 주점이 사라지면서 어둑어둑한 축제의 어스름 속 알딸딸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됐고, 뜻밖의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계획이 어그러지기도 했다.
 

필자도 참 이번 축제가 아쉽다. 그런데 앞서 말했던 주점의 부재나 비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축제는 북적거리는 인파도 없었고, 함께 뛰며 흥분에 젖는 대학 축제의 감성도 부족했다. 사실상 대학 축제의 관심 8할은 초청 가수 라인업이었다.
 

대학 구성원이 한 마음으로 모여 즐기자는 의미의 대동제는 언제부턴가 유명 가수 콘서트장이 돼버렸다. 2016년 교육부가 전국 134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3년부터 3년간 대학의 축제 예산에서 연예인 섭외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3%(3411만 원). 대학이 축제 예산의 절반이 좀 안 되는 비용을 모두 라인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대학 축제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대학 문화의 결정체였던 대학 축제는 과거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 청년들의 숨구멍이었으며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 오아시스였다. 유일하게 기숙사를 개방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허가한 자유의 날이었으며 대학 구성원끼리 똘똘 뭉칠 수 있었던, 말 그대로의 대동제(大同祭)였다. 당시 폐쇄적이었던 사회 분위기가 한몫을 했겠지만, 지금의 축제보다는 훨씬 더 유대감이 깊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던 당시의 축제가 더 축제답지 않았을까 필자는 생각해본다.
 

사실 시대가 변하면서 대학 축제도 많이 변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점차 자유로워지면서 굳이 대학 축제를 통해 단결을 다짐할 필요가 없어졌고,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대학생들이 한 곳으로 묶이는데 유명 가수들이 해답이 돼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왠지 축제는 더욱 서글퍼졌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정적만이 남아있는 것처럼.

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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