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고 따뜻한 위로, ‘독일 밀 맥주’
포근하고 따뜻한 위로, ‘독일 밀 맥주’
  • 조현석 작가
  • 승인 2018.05.26 15:37
  • 호수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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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푸드 페어링과 무드 페어링

5월 중순은 대학교 축제 기간이다. 대학생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각 학교 축제에 방문하여, 가수들의 무대를 즐기기도 하고 학생들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술을 즐기기도 한다. 모두들 즐거운축제를 즐기는 동안, 많은 수의 학생들이 암울한 과제축제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중간고사가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신나는 축제 기간에 노트북이나 펜을 붙들고 과제에 찌들어 있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해 보일 것이다. 이럴 때는 에라 모르겠다하며 과제를 내팽개치고 축제를 즐기러 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적당히 혼맥이나 편맥, 집맥을 하며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 지친 자신을 위로해 주기에 딱 알맞은 맥주 스타일이 있다.

 

#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지친 일상에 위로를 주는 맥주, ‘독일 밀 맥주

맥주 코디 4회차 벨기에식 밀 맥주에서 설명했듯이, 밀 맥주의 라거 맥주보다 탄산이 상대적으로 적고, 날숨 향에서 은은한 바디감이 느껴진다. 또한 벨기에식 밀 맥주나 독일식 밀 맥주 모두 공통적으로 과일 맛이 느껴진다. 밀 맥주에서 과일 맛이 나는 이유는, 밀 맥주는 맥아와 함께 밀도 같이 분쇄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밀을 발효시키는 효모가 특이하게도 맥주에 과일 맛을 선사하기 때문에, 밀 맥주에서는 과일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식 밀 맥주와 벨기에식 밀 맥주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독일식 밀 맥주는 향신료나 고수, 과일 껍질 같은 재료가 첨가되지 않기 때문에 새콤한 과일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바나나 맛에 가까운 달짝지근한 과일 맛이 느껴지게 되는데, 이런 맛이 원래 밀 맥주의 맛이 될 것이다. 또한 새콤한 과일 맛 때문에 맛에 집중하게 되는 벨기에식 밀 맥주와 달리, 독일식 밀 맥주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밀이 주는 은은하고 포근한 날숨 향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대형 맥주 기업들이 라거 스타일의 맥주 제품만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맥주에 대한 이미지가 시원하고 청량감 넘치는 것으로 떠올려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맥주라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와 닿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사람 중 밀 맥주의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궁금하다면, 밀 맥주를 들이마신 뒤 눈을 감고 천천히 날숨 향을 뱉어 보기를 바란다. 어느 순간 입안과 콧등에서 느껴지는 밀의 은은함과 포근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과제나 업무에 지쳐 있는 청춘이라면, 오늘 저녁은 독일 밀 맥주로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다음 주는 한국 맥주와 맥주 문화를 소개하겠다.

 

  • 부드럽고 포근하며 과일 맛(바나나 맛)이 적당한 밀 맥주: Franziskaner(프란치스카너), Erdinger weiss bier(에딩어 바이스 비어), weihenstephaner hefeweissbier(바이엔 슈테파너 헤페 바이스 비어)
  • 과일 맛(바나나 맛)이 더욱 강렬한 밀 맥주: Paulaner hefe weiss bier(파울라너 헤페 바이스 비어), krombacher weizen(크롬바혀 바이젠)

 

 

■ 코너 속의 코너, 맥돼조의 맥주 상식 이야기흑맥주의 역사

라거 맥주의 인기로 인해 위기에 처하기 이전에, 독일 밀 맥주는 약 3세기 정도 암흑기를 겪었다. 바로 맥주 순수령(1514)이 공표됐을 시기이다. 맥주에 보리, , , 효모 이외에 다른 재료를 첨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맥주 순수령의 내용이기 때문에, 독일의 전통 맥주인 밀 맥주는 자연스럽게 제조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시 독일의 왕족이나 귀족들은 국가의 법을 피해 몰래 밀 맥주를 즐기고 있었고, 일반 시민들은 본인들의 일상과 같았던 밀 맥주를 멀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약 3세기 후, 오늘날 슈나이더 바이세 맥주 제조 기업의 창시자인, 게오르크 슈나이더가 시민 제조사 최초로 밀 맥주 제조 권리를 따 온 이후로 시민들도 다시 밀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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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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