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적 프로그램·장치 부재…
학생 간 교감 부족·추후관리도 전무
활동 결과 상관 없이 근로장학금 지급
우리 대학은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8년, 2011년, 2014년에 이어 4년 연속 ‘최우수 대학’에 이름을 올리며 대내외적으로 장애 학생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 대학에서 운영 중인 ‘장애 학생 도우미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본 제도는 장애 유형에 따라 해당 재학생의 학교생활 및 학습활동, 사회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비장애 학생이 자발적으로 신청해 도우미 활동을 담당하는 제도다.
도우미 학생은 해당 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있어 손과 발, 눈과 귀가 돼주는 존재기 때문에, 두 학생 간의 유대관계와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해당 학생과 도우미 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서로 갈등을 해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치와 프로그램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서 제공하는 그러한 장치나 프로그램은 사실상 부재하다. 학기 초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장애 인식 개선교육 및 배리어프리영화 시청, 장애 학생 학교생활적응실태조사 등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정작 두 학생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실질적인 프로그램은 없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장애 학생과 도우미 학생 대부분이 ‘프로그램이 이론에만 치중돼있고 서로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장애 학생 A 씨는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장애 학생과 도우미 학생의 매칭뿐이고 추후 관리는 거의 없다”며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직접 도우미 학생과 교감하고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교가 도우미 학생의 활동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근로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도우미 신청 이후 활동에 대한 별다른 모니터링이나 평가가 없어 특별한 경우 외에는 장학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는 도우미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는 이다한(특수교육·3) 씨는 “도우미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돈보다는 함께 해나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지만, 가끔 도우미 활동을 하는 학우 중 진심으로 장애 학생과 함께하지 않아 신청 목적이 장학금인 것 같은 학우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장애 학생 B 씨 또한 “도우미 학생이 제대로 도와주지 않고 수기 출근부만 작성해 돈을 받아가, 다툼 끝에 도우미 학생이 중간에 변경된 경험이 있다”며 피해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대학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서강대학교의 경우 매 학기 장애 학생의 평가를 토대로 20명의 우수 도우미 학생을 선발해 다음 학기 도우미 학생 신청 시 우대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더 나아가 우수 도우미로 선정된 기록은 포트폴리오에 기재가 가능해 취업 등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서강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도우미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서로 간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인 만큼 이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 중”이라며 “장애 학생과 도우미 학생이 단순히 돕고 도움을 받는 관계에서 함께하는 친구로 발전해 나갈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학교의 경우 1년에 한 번 장애 학생과 도우미 학생이 함께 해외연수를 가는 ‘하나로’ 캠프를 진행한다. 부산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평소 해외를 가기 쉽지 않은 장애 학생에게 더 넓은 경험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낯선 해외에서 장애 학생과 도우미 학생이 함께하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 장애학생지원센터 송덕익 팀장은 “다른 부서와의 연계를 통해 장애 학생과 도우미 학생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보겠다”며 추후 개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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