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
  • 전효재(환경자원경제·2)
  • 승인 2018.05.30 12:30
  • 호수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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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가 좀 더 성숙해져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은 이미 수포로 돌아갔지만, 공개된 개헌안이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선거연령 하향인데, 현재 만 19세인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요컨대 청소년은 이미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판단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선거연령 하향이 옳은지 아닌지를 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미 2013년 헌법재판소에서 공직선거법 규정에 대해 ‘청소년은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으며 현실적으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판단이나 의사 표현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해 현행 선거연령이 합헌이라는 결정이 난 적이 있다.


대부분 학생인 만 18세는 보호자에게 의존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독자적 판단보다 교사나 부모 등 타인을 추종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정치적인 이념·갈등·대립 등이 교실까지 들어온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가 된다. 고등학생들이 똑똑하기는 하지만 고등학교의 교정에 선거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전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선거연령 하향 이야기가 나왔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청년 보수’가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20세대가 30·40세대보다 더 보수적이거나 유보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결국, 한국에서 이러한 논의들은 정당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진정 청소년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정치적으로 성숙화된 서구사회는 정당정치가 수십 년 뿌리내렸으나, 우리나라는 대선 때마다 당이 바뀌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한국 정치 자체가 미성숙하다는 얘기다.

 

선거는 각 나라의 현실과 특수성에 맞게 결정해야 하며, 그것이 특정한 기준에 맞게 통일돼야 한다는 강제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미성년자는 투표하기 위해 오랫동안 정치인과 국가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다. 즉, 곧 투표할 ‘사실상의 유권자’이다. 우리 사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은 그렇게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판단력 있는 성인과 유권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더욱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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