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문재인 케어
  • 김민제 기자
  • 승인 2018.05.30 12:37
  • 호수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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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 일반인과 의료인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

[View 1] 상급병실 입원환자 가족

얼마 전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심각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연세가 있으셨던 터라 쓰러지면서 척추를 크게 다치셨다. 수술을 받고 요양도 하려면 입원이 필요한데, 병원에서는 남는 병실이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3인실에 입원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사고를 낸 가해자를 원망했지만, 이내 그보다 더 급한 문제가 닥쳤다.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재활은 포기하고 계속 병원에 입원하며 긴 기간 동안 요양을 하게 되실 수도 있다. 상황이 그렇게 되면 나도 직장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간병인을 고용해야 할 텐데, 수술비에 입원비, 간병비까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갑갑해진다.
 

게다가 아직까지 2, 3인실 이상의 상급병실 이용료는 건강보험의 급여항목에서 제외되어 있고, 간병비 또한 실질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기사를 보니 앞으로 정부에서 건강보험제도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기존의 국민건강보험 보장범위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급여항목으로 대폭 전환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그중에는 전문 간호사가 환자의 간병까지 전담하는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추진하고, 아버지가 입원하고 계신 상급병실에 대한 지원 범위도 확대된다는 것 같은데, 만약 정말 이대로 실행된다면 무겁기만 한 내 짐도 어느 정도 줄어들 것 같다.
 

출처 : 에펨코리아
출처 : 에펨코리아

[View 2]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장

정부에서 기존 건강보험의 급여항목 적용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이지만, 언제든지 환자가 될 수 있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는 좋은 정책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같이 의료계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입장으로선 이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병원의 수입은 크게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로 이뤄진다. 이 둘을 합한 것이 ‘의료수가’인데, 이는 단순히 병원의 수입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까지도 연관돼 있다. 그런데 장기간에 걸쳐 저수가 정책이 펼쳐지는 현 상황에서 병원이 이전과 같이 유지되려면 기존의 비급여 항목들을 통해 부가 수입을 얻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강화해 거의 대부분의 비급여 항목들을 없앤다면 병원 측에서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아직 비급여 차단에 따른 보상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어느 한 쪽이 희생할 수밖에 없는 정책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Report] 문재인 케어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30조 6천억 원을 들여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문 대통령 측은 2022년까지 대책이 완료된다면 국민의 비급여 의료비 부담은 13조 원에서 5조 원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며 건강보험 보장률은 7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축에 필요한 재정은 약 21조 원 규모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2016년 말 기준) 절반을 활용해 보충하면서 여기에 국고 지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보험료 부담을 크게 지우지 않고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측이 내놓은 재원 대책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이 강화되면 본인 부담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과잉진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재정적 변수가 발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의사에게 적정한 수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형평성에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국민의 의료부담을 정부 차원에서 급여화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계획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충분한 협의와 설계를 통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세금 및 보험료의 폭등이나 막대한 재정적자를 유발하지 않는, 실현 가능하면서도 공평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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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nge8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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