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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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평 호
  • 승인 2004.03.02 00:20
  • 호수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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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새로운 봄을 위하여

김 평 호
<사회과학대학·언론영상학부·방송영상학전공>


봄이 오고 있다.
‘봄’의 원래의 뜻은 무엇일까? 두 가지 정도의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불’의 옛말 ''''블''''과 ‘오다’의 명사형 ''''옴''''이 합해진 ''''블+옴''''에서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봄''''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봄은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둘째는 ‘보다’라는 동사의 명사형 ''''봄''''에서 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봄’은 밝고 활기 넘치게 소생하는 자연의 모습을 ''''새로 본다''''는 뜻인 ‘새봄’의 준말이라는 것이다.
봄을 뜻하는 한자 ‘春’은 그러면 무슨 뜻일까? ‘春’은 본래 수풀 사이로 햇볕이 들고 나무들 사이에서 뾰족한 새싹이 돋아나는 정경을 그린 그림문자에서 출발한다. 봄을 뜻하는 영어의 ‘spring''''은 솟구치는 샘물의 의미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뜻을 품는 동사로도 쓰인다. 이렇듯 ''''봄''''은 문자의 형태만 다를 뿐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 시대와 역사의 차이를 넘어 모두에게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계절의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세상에 계절의 봄과 같은 의미로 생명력 넘치는 풍성한 봄을 오게 하는 것은 온전히 사람들의 몫이다. 모두들 지금 우리 사회가 시련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수구가 판치는 언론, 부패한 정치, 가난하고 고단한 경제, 늘어나는 청년실업, 남의 것에 정신이 팔려있는 부박한 문화, 흉포하게 무서워지는 사회, 썩어가는 자연환경, 내용없는 교육 등등으로 나라 전체가 큰 난국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무릇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위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큰 난국에 빠져있는 것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왜 우리가 이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과 책임의 일단은 국정수행 능력에 일정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에도 있고, 또 한나라당과 같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야당에도 있고, 또 이 와중에 제대로 된 말길을 열지 않고 거짓과 왜곡과 편파와 과장과 축소로 일관하는 조중동 같은 언론에도 있고, 또 이들의 선동에 조종당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수구우익들에게도 있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난국을 극복할 별다른 수도 보이지 않고 난국을 극복해낼 주체 또한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 우리 사회 위기의 이면에 큰 변화가 오고 있음도 매우 분명한 사실이다. 가깝게는 이번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거가 그같은 변화가 현실화되는 첫 번째 계기가 될 것이고 멀리 본다면 이러한 변화를 기폭제로 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지금보다 나은 다음의 단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 확실하다. 물론 미래는 인간이 기획하고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는 불투명한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은 늘 배신의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일정한 수준의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특히 중요하게 명심해야 할 것은 변화는 바로 변화를 향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다가오고 있는 변화를 긍정적인 것으로, 건강한 내용의 것으로, 우리의 희망대로 바꾸어내는 데에는 우리 모두의 각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내는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의미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이번 4월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정치의 영역에서 현실화시키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유권자 모두의 각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이 지점에서 젊은 청년학생들의 움직임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지만 그러나 우리들이 노력함에 따라 미래는 우리의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미래의 불확정성 역시 반드시 불확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변화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미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2004년의 봄이 오고 있다. 최근 드러난 미국의 국방부 연구보고서는 앞으로 20년 이내에 지구에 기상재앙이 올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을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아직 우리는 봄을 즐길 수 있는 평안함을 가지고 있다. 이 봄이 소생하는 산과 들과 강물처럼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진정한 의미의 ‘봄’이 되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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