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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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선
  • 승인 2004.03.02 00:20
  • 호수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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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대

갈등의 씨앗, 바다 모래


바다모래 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작년에 신안군이 바다모래 채취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 각 연안 지방지차단체들이 이에 가세하는 바람에 건설교통부는 골재채취법을 개정하여 급기야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도 모래를 캐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대해서도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연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연안 밖으로 밀어놓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골재채취법에 따르면 바다 골재는 공수수면, 즉 바다 밑에서 채취하는 모래와 자갈로서 건설공사의 기초자재로 쓰이는 것을 말한다. 이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바다 골재의 채취에 관한 한 지방자치단체의 힘이 막강한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바다모래 채취허가를 내주는 대신, 일정 금액의 채취료를 받아 지방재정으로 충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부터 바다 골재 채취가 시작되었는데, 1980년대에 이 사업이 본격화되어 지금은 큰 이권사업으로 치부되고 있다. 바다에서 흡입기로 빨아올리면, 그대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갈등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모두 35억 ㎥의 바다모래가 부존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채취할 수 있는 양은 10억 ㎥에 불과하다. 부존자원의 35% 정도만 채취가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채취된 바다 모래의 양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는 알 길이 없다. 바다 모래 채취실적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통계를 확보하는게 어렵기 때문이다.
바다모래 문제가 이렇게 불거진 데는 허가 이후에 채취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데도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채취허가를 내줄뿐 단속은 해경 등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그 넓은 바다를 지키는데도 한계가 있다. 또 바다모래 채취업자들의 수법도 워낙 교묘하다. 경찰의 단속이 느슨한 야간이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채취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는 이와 같이 단속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모래 채취선에 선박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아 실시간으로 그 선박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
바다 모래 채취를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재생불가능한 자원이라는데 있다. 쓰고 나면 다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물고기의 산란장이 파괴되고, 연안침식이 가속화되는 등 환경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전국 연안의 주요 해수욕장이 모래 유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바다모래의 과다 채취와 무관하지 않다. 부산 해운대, 태안군 안면도 꽃지, 백령도 사곶 해수욕장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곳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 해법은 무엇인가? 아쉽게도 아무도 아직 해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채취를 주장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설뿐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안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바다모래가 더 이상 골재업자의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설자재 공급을 앞세워 바다모래를 마구 퍼내는 어리석음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최재선[한국해양개발연구원 정책동향연구실]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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