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 데카르트 『성찰』
철학 - 데카르트 『성찰』
  • 김민제 기자
  • 승인 2018.05.22 15:10
  • 호수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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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서재 22 : 존재에 대한 깊고 깊은 성찰

 

<이 도서는 유헌식(철학) 교수의 추천 도서입니다.>

 

저 자 르네 데카르트

책이름 성찰

출판사 문예출판사

출판일 1997. 09. 30

페이지 p.326

 

 

 

옅게 타고 있는 초가 있다. 밀랍으로 된 초는 이내 열기에 녹아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향기가 나고, 두드리면 소리를 내며 빛깔, 모양, 크기가 뚜렷했던 밀랍은 이제 그 성질을 모두 잃고 액체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초를 이루고 있던 물질을 보고 밀랍이라 부른다. 촉각, 시각, 청각, 후각 등 외적 감각에 의해 감지된 것이 모두 변했음에도 밀랍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한 남자가 여기에 의문을 품고 사색을 시작한다. 이내 그는 자신이 밀랍을 밀랍이라 인지하는 것이 그것을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밀랍을 통찰하며 ‘지각’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 생각은 '나'라는 존재에까지 번져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이러한 근본원리를 『방법서설』에서 확립한 후 『성찰』에서 관련 견해를 발전시킨다. 단순히 지식의 불완전성을 주장하는 회의주의에 반대했던 그는 모든 지식이 인간 내면에 숨겨져 있으며 이를 연역법으로 증명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연역의 기반이 되는 제 1 원리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것은 모두 의심함으로써 확신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데카르트는 여섯 단계의 ‘성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논증을 강화하고 신의 현존을 진리의 원천으로 규정하려는 노력을 펼친다.

 

"사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만이 나와 분리될 수 없다. 나는 있다, 나는 현존한다. 얼마 동안? 내가 사유하는 동안이다. 내가 사유하기를 멈추자마자 존재하는 것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p.46)

 

데카르트는 신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모든 현실적 조건을 초월해 물리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그가 지지했던 심신 이원론에 부합하면서도 외부세계의 존재를 확립하고, 인간의 영혼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구체적으로 존재론적 구분을 이루지 못한 채 입증하기 애매한 대부분의 것을 '신의 권능'에 맡겨 처리했다는 한계가 남아있다.

 

또한 그가 이성적 사유를 통해 참이라 판단한 자연현상에 대한 논증은 현대 논리학에서 대부분 틀린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수학적 연역을 통해 세상의 존재를 입증하려 한 것은 만물의 실재성을 오로지 신의 권위에 의지하던 것에서 벗어나 고찰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끊임없는 의심과 사유를 통한 '나'의 존재확립과 신의 증명이 담긴 데카르트의 『성찰』.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존재에 대해 철학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면 이 서적을 손에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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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nge8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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