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다스린 황제 ⑨ 노턴 1세
미국을 다스린 황제 ⑨ 노턴 1세
  • 이주은 작가
  • 승인 2018.09.05 12:34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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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의 두근두근 세계사

많은 이들이 미국은 대통령만 존재했던 민주주의 국가라고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미국에도 사랑받은 황제가 있었답니다. 때는 19세기 샌프란시스코. 주인공 조슈아 노턴은 4만 불이나 되는 유산을 받아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약 15억 원)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노턴의 재산은 얼마 후 무려 25만 불까지 늘어났고 노턴의 앞날은 밝아 보였습니다.

그런 사이, 중국에서 쌀 수출이 전면 금지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로 인해 샌프란시스코의 쌀 가격은 무려 9배나 폭등하였죠. 노턴은 이를 투자 기회로 보고 페루산 쌀을 왕창 사들이기로 하였지만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는지 페루산 쌀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해 얼마 후 쌀값은 전보다 더 추락해버렸습니다.

노턴은 법정 공방 끝에 완전히 파산해버렸고 얼마 후 하루하루 방값을 내며 겨우 살아가는 처지로 전락하고야 말았습니다. 하루하루가우울했던 노턴은 점차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곧 아주 특이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자신이 미합중국의 황제라는 것이었죠! 1859년 노턴은 자신이 황제라고 주장하는 편지를 각종 신문사에 보냈습니다. 보통은 무시할 법도 한데, 때마침 그날은 별다른 뉴스랄 것이 없는 날이었던지라 신문사는 노턴을 황제로 선언하는 내용을 1면에 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노턴 1세의 21년간의 미국 통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찰 중인 노턴 1세
▲시찰 중인 노턴 1세


샌프란시스코의 사람들은 노턴 1세의 이런 황당한 주장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고 노턴 1세가 2차 선언에서 고위관리들이 타락했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니 미국 정부는 해산하라 황제가 직접 정사를 돌보겠다고 말하자 다들 환호하기도 했습니다. 한 시민은 ‘전하가 아니라면 그 누가 멕시코를 수호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여 노턴 1세의 정식 명칭에 멕시코의 수호자를 덧붙이도록 권유하기도 하였죠. 이처럼 샌프란시스코의 사람들이 노턴 1세의 말을 반긴 데는 노턴 1세가 생각보다 괜찮은 주장을 한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노턴 1세는 매일 도시를 돌며 사람들의 불편사항을 경청하고 종교적 화합을 위해 모든 종교를 경험했으며 세계 정부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중국인들을 폭동으로부터 보호하였으며 공공기물의 상태를 점검하고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하는 다리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실제로 건설되었습니다. 이쯤 되자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경찰 서장은 노턴 1세를 두고 ‘그 누구의 피도 흘리지 않고 누구의 것도 훔치지 않고 그 어떤 국가도 약탈하지 않았으니 다른 군주들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황제는 도시의 상징이자 사랑받는 인물이 되었고 시민들은 폐하께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고, 옷을 진상하고 귀족작위를 받기도 했으며 연극을 공연할 때면 황제 폐하의 자리는 따로 빼놓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돈이 없던 노턴 1세가 자기만의 화폐를 발행하자 이를 도시 내에서 실제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황제를 정신병원에 넣으려 했던 경찰은 분노한 시민과 언론 앞에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발행됐던 화폐
▲당시 발행됐던 화폐


이토록 사랑받으며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하여 미국을 20여 년간 통치(?)했던 노턴 1세는 1880년, 학교에서 열리는 강연을 참석하러 가다가 길거리에서 쓰러져 사망하였습니다. 다음 날 언론들은 ‘왕께서 붕어하셨다!’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1면에 커다랗게 실었으며 사업가 협회에서는 고급스러운 관을, 시에서는 장례비용을 제공하였습니다. 노턴 1세의 장례식에는 무려 3만 명의 조문객이 찾아와 황제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였습니다. 이후 1980년에는 노턴 1세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 등, 미국의 유일무이한 황제 노턴 1세는 영원히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주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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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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