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 : 내 안에 5천만 개의 세그먼트가 있다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 : 내 안에 5천만 개의 세그먼트가 있다
  • 박재항 마케팅 컨설턴트
  • 승인 2018.09.11 14:02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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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마케팅 튜토리얼 2

‘부자 도박꾼은 없다(There is no rich gambler)’라는 말이 있다. 두 가지 뜻으로 풀이된다. 도박으로 쉽게 돈을 벌어서 흥청망청 써버려서 돈을 모으지 못한다는 게 첫 번째다. 둘째로는 판돈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란 뜻이다. 많이 쌓아놓고 있는 것 같아도 더 많은 돈을 가진 상대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잘하는 도박사라도 카지노보다 돈이 많을 수도 없고, 그렇기에 카지노를 이길 수도 없다. 비슷하게 광고계에서는 ‘풍족한 광고비란 없다’라고 한다. 아무리 광고비 예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세상 모든 매체에 광고를 실을 수는 없다. 광고비가 제한돼있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프로그램이나 매체를 찾게 된다. 제품도 하나만으로 다양한 욕구를 가진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어서 시장을, 곧 소비자를 나눠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시장이나 소비자를 나누는 것을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이라고 하며, 나눠진 조각들을 세그먼트(segment)라고 한다.


세그먼테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취업을 할 때도, 모든 회사에 다 지원서를 내고 시험을 볼 수는 없다. 기준을 가지고 회사들을 나눠서 지원할 곳들을 선정해야 한다. 어떤 기준들이 있을까. 전공에 맞춰 간다고 업종으로 나눌 수 있다. 금융, 제조, 서비스 등으로 크게 나누고, 각 분야에서 더 잘게 세그먼테이션을 할 수 있다. 금융에서도 은행, 증권, 보험, 신용카드 등등으로 세분화가 가능하다. 연봉에 따라서 나뉘기도 하는데, 연봉도 초임으로, 혹은 10년차나 20년차 등의 경력에 따라 나눌 수도 있다. 사기업과 공기업을 구별해 어느 한쪽만 노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안정성, 이미지, 시험 과목, 기업의 역사 등등 무수하게 많은 세그먼테이션이 가능하다.

 

▲ 세그먼테이션은 시장이나 소비자의 특징에 따라 세그먼트를 나누는 작업을 말한다.   사진출처-Unsplash
▲ 세그먼테이션은 시장이나 소비자의 특징에 따라 세그먼트를 나누는 작업을 말한다. 사진출처-Unsplash

 


이들 기준들 몇 가지를 조합해 기업들을 묶을 수도 있다. 고용 안정성과 연봉을 가지고 이야기해보자. 둘 다 높아서 인기가 높지만, 그래서 입사 경쟁이 아주 치열한 기업들이 있다. 반면 연봉은 높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오래도록 다닐 수 있는 기업들도 있다. 어떤 기업은 직원들이 오래 버티지는 못하지만 있는 동안의 연봉이 아주 높을 수도 있다. 둘 다 아주 열악한 수준의 기업들도 있겠지만, 그들도 다른 기준으로 보면 장점들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지난주에 살펴본 고객, 경쟁, 자신의 3C 분석을 통해 적합한 세그먼테이션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세그먼테이션의 결과로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만들 수 있다.


세그먼테이션은 보통 성별, 연령, 소득, 지역, 직업, 혼인 상태 등의 소위 인구통계학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행해졌다. 비슷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묶어서 세그먼트, 곧 고객 집단을 나눴다.그런데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그런 대규모 세그먼트의 유효성은 떨어졌다. 인터넷의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1995년에 하워드 레인골드(Howard Reingold)라는 문화평론가가 이런 말을 했다. ‘인터넷 세계에는 5천만 명으로 이뤄진 한 개의 세그먼트가 아닌, 한 개인 안에 5천만 개의 세그먼트가 존재한다.’ 한국이 ‘백인일색(百人一色)’에서 ‘일인일색(一人一色)’을 거쳐서 ‘일인백색(一人百色)’의 시대가 됐다고 했는데, 그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한 개인을 두고도, 어떻게 세그먼테이션을 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대학생도 등교할 때, 강의를 들을 때,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기분과 씀씀이가 다르다. 학기 중과 방학 때 다른 면모와 소비 습성을 보인다. 페이스북을 볼 때와 트윗을 올리거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음 주에 얘기할 ‘타겟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어지게 된다.

 

 

박재항 마케팅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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