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그림의 힘
  • 김선현 작가
  • 승인 2018.09.12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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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중력을 높이는 틀린 그림 찾기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 Augustus Leopold Egg
-여행 친구 The Travelling Companions

거울같이 마주보고 앉은 두 사람을 비교해보세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유난히 정신 집중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산만함 문제로 찾아온 상담자들의 집중력을 높일 때, 틀린 그림 찾기를 자주 활용합니다. 환자들이 재활할 땐 몇 초 만에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는지로 집중력 상태를 체크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그림을 비교하고 다른 점을 찾게 하다보면 산만한 아이들도 그림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고 눈을 왔다 갔다 하며 찾는 과정에서 시간을 오래 들이게 됩니다.

이 그림은 매우 특이하고 묘한 그림입니다. 하나의 그림 안에 대칭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똑같이 옷을 갖춰 입은 두 여성을 서로 마주보게 하여 자연스럽게 양쪽을 비교하도록 유도하지요. 여러분은 다른 점들을 발견했나요?

가장 먼저, 왼쪽 여인은 자고 있고, 오른쪽 여인은 책을 읽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왼쪽 여인은 맨손이고, 오른쪽 여인은 꼭 맞는 장갑을 끼었습니다. 똑같이 모자를 내려놓았지만 왼쪽 여인은 조금 비껴서, 오른쪽 여인은 자신의 정중앙에 오게 놓았습니다. 왼쪽 여인은 과일을, 오른쪽 여인은 꽃을 옆에 두었습니다. 또 왼쪽 여인은 옷의 앞섶이 끌러져 있고, 오른쪽 여인은 단정하게 여며져 있네요. 더 있을까요?

저는 두 사람의 성격도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른쪽 여인이 지적이고 책임감이 있다면 왼쪽 여인은 더 분방한 면모일 듯합니다. 좀 더 추측을 하자면 맏이와 동생의 관계로도 보입니다. 이 그림은 집중력을 돕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로부터도 들려드리고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한테 상담 온 학생에게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고등고시를 준비 중이었는데, 어느 수업에서 “이 중에서 첫째인 사람들 손 들어봐요” 했을 때 놀랍게도 4분의3 이상이 손을 들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본인도 포함해서요. 이 작은 실험이 전체를 가리킬 순 없겠지만, 진득한 끈기와 책임감이 필요한 시험 같은 일에 주로 첫째가 임한다는 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개인심리학’이라는 학파를 세운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Alfred Adler의 ‘출생 순서’라는 유명한 개념이 있습니다. 형제들 가운데 몇 번째로 태어났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태도나 행동 패턴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그에 따르면 동생이 태어나면서 맏이는 ‘권위 있는 지위’를 빼앗기는 정신적 충격을 겪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모를 모방하려 노력하고 질서를 강조하며 대리 부모로서 권위를 지키려고 합니다. 반면 동생은 끊임없이 첫째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면서 간혹 모험도 서슴지 않습니다. 저는 오른쪽 여인의 권위와 형식을 중시하는 점잖은 태도, 왼쪽 여인의 분방하고 솔직한 태도로부터 두 사람이 자매일 경우의 출생 순서를 짐작해본 것입니다.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즈는 떨어진 단추 하나로부터 그 사람의 직업과 과거를 모두 추리해내 주변을 놀래키곤 하죠. 그의 추리력은 아주 사소하더라도 그 사람이 평소와 다른 점, 남들과 다른 점을 포착하는 집중력 관찰에서 비롯됩니다.

이 그림은 우리가 뜯어보고 관찰하는 재미를 주는 그림입니다. 구체적인 세부사항에 집중해서 다른 점들을 비교하다 보면 그림 한 장일뿐이지만 참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다른 점을 발견했나요? 거기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그림을 보는 사이 집중력은 저절로 높아져 있을 것입니다.

김선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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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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