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를 외면하지 않은 용기, ‘건’강한 동물권 보호
‘비’주류를 외면하지 않은 용기, ‘건’강한 동물권 보호
  • 손나은·이도형 기자
  • 승인 2018.09.19 13:12
  • 호수 14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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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올해, 모두 한 번쯤은 지난 복날에 일어났던 동물권 시위를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을 것이다. 폐사한 강아지의 시신을 들고 광장 앞에 모여 추모식을 열던 사람들의 사진은 검색 한 번에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널리 보도됐다. 한여름에 그늘 한 점 없는 곳에 서서 그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동물권 보호’였다. 시민과 네티즌의 반응 대부분은 ‘유난떤다’는, 별 것 아닌 일에 유난을 부린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타당한 논리 없이 그렇게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목소리를 내고, 법을 개정하기 위해 서명 운동을 하고, 식생활이며 의생활마저, 인생을 바꿔가면서까지 활동할 리는 없을 듯하다. 우리는 그들이 움직이도록 만든 ‘동물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동물권 보호를 위해 설립된 단체를 두 곳 방문하고, 직접 비건(완전 채식)으로 하루를 살아봤다.

동물권 단체 ‘CARE’

 

동물권 단체 ‘케어(CARE)’는 대중들에게 유기견 산책 봉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 ‘토리’의 입양을 주관한 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얼핏 유기견 보호센터로 보일 수 있지만 케어의 활동과 목적은 그보다 광범위하다. 케어는 설립된 시기부터 돌고래나 원숭이와 같이 사람의 유희를 목적으로 착취당하는 동물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고, 현재도 다양한 동물을 구조하고 학대를 고발하며 한편으로는 그들의 입양을 돕고 있다.

케어는 동물 복지를 넘어선, 동물권 보장을 위해 활동 중이다. 케어는 동물은 모두 권리를 가지고 있고 열악한 상황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인간의 쾌락과 일회적인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소비하는 행동을 지양하고 최종적으로 완전한 비건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상 동물이 귀엽거나 보기 좋다는 이유로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권리를 가졌기에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인간 중심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관람을 위해서 야생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두고, 대량 생산을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상업적으로 사육하고 도축한다. 우리는 동물을 단순히 소비품으로 취급하기보다, 생명을 가졌으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랑스러운 외관의 동물만 존중하는 것이 아닌, 모든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는 케어의 입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동물권 단체 ‘KARA’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KARA)’는 동물보호 관련법 개정 활동과 정책생산, 동물권 인식 교육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고양이 연구소, 카라 동물병원, 킁킁 도서관, 아름품 입양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고양이를 위해 입양 예정인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한 고양이 연구소와 달리, 킁킁 도서관과 아름품 입양 카페는 일반인 출입이 자유롭다. 먼저 방문한 킁킁 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동물 전문도서관으로,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도서관 곳곳에는 동물권과 관련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곳은 고양이 ‘알식이’와 ‘무쇠’가 도서관 안에서 함께 지낸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데, 고양이가 머물 수 있는 곳을 도서관 내에 설치해 장서 보관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입양카페 ‘아름품’의 이름은 ‘동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마음, 따뜻한 품’의 줄임말이다. 아름품에서 지내는 강아지들은 개 농장에서 구조되거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고 학대받은 강아지들이라고 한다. 현재 아름품은 카페에 있는 강아지들이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되는 날까지 보살피는 일을 한다. 또 입양된 강아지들을 입양 후에도 보살필 수 있도록 ‘입양 가족의 날’을 정해 모임을 주최한다. 이처럼 아름품은 유기견 입양 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앞장서고 있다.

비건<Vegan> 24

AM 8:00 편의점에서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골라 구매했다. 비건은 달걀 종류도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살 수 있는 식품이 샐러드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오트밀 시리얼, 초콜릿 두유 등 꽤 다양한 제품이 있었기에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AM 11:00 미리 신청했던 유기견 산책 봉사에 참여했다. 케어 센터는 깔끔하고 단정된 모습이었다. 더운 날씨로 인해 정해진 산책로의 일부만 걸을 수 있었다. 기자가 맡은 강아지의 이름은 ‘지코’와 ‘웬디’. 다들 건강한 모습이었다. 웬디는 에너지가 넘쳐 산책이 아닌 달리기를 계속 해야 했다. 다른 지점에서는 청소 봉사도 할 수 있다고 하니, 한번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M 1:00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비건 음식점이 가장 많이 밀집된 이태원에 갔다. 다양한 비건 음식점이 있었으나, 오늘은 ‘The plant’라는 버거로 유명한 비건 음식점을 방문했다. 식당 내부는 사람들로 만석이었고,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기자의 선택은 칠리 치즈버거. 버거는 콩과 양파가 든 칠리소스와 각종 채소, 양파 튀김과 번으로 이뤄져 있었다. 버거 속 이국적인 향신료는 이 가게만의 특색을 더해줬는데, 씹히는 질감과 맛도 훌륭했다. 비건 음식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일반 버거와 차이를 모를 정도였다.

PM 5:00 밤에 친구가 집으로 놀러 오기로 해, 비건 제과점 ‘SUNNY BREAD’를 들러 빵을 샀다. 스콘, 머핀, 케이크 다양한 빵들이 늘어서 있는 그곳에는 비건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의 사장님은 해외에서 거주할 당시 친구의 영향을 받아 비건에 대해 접하게 됐고, 점차 환경적인 문제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건 음식이라 달걀과 유지방 우유가 사용이 불가능함에도 크림이 존재하는 것이 신기해서 사장님께 그 비결을 여쭸더니, 쌀이나 현미 등을 사용해 우유와 버터의 대용품을 사장님이 직접 만드시는 덕분에 비건 방식을 유지하면서 크림을 만드실 수 있다고 하셨다.

PM 7:00 비건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다양한 비건 음식을 넘어 옷에도 비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두의 시장>이라는 환경 축제에서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즈’를 만날 수 있었다. 브랜드 고유의 무늬인 귀여운 채소 문양이 눈에 띄었다. 부스에는 인조 가죽을 이용한 가방과 브랜드의 문양이 인쇄된 에코백과 셔츠가 보였다. 낫아워즈의 디자이너 박진영(37) 씨는 “먹는 채식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입는 채식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며 채식에 너무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며 격려했다. 비건 패션과 같이, 비건 활동이라고 해서 꼭 먹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부분에서 작은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PM 9:00 저녁을 위해서 비건 식료품점 ‘vegan space’에 들렀다. 이곳은 한국에 첫 번째로 생긴 비건 식료품점으로, 원래 식료품 관련 업무를 진행하던 사장님이 환경보호와 비건에 관심을 가지며 가게를 열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닐봉지도 땅에서 자연 분해가 가능한 생분해성 수지 비닐을 사용하고 있었다. 가게 내 최고 인기 제품인 요구르트를 마시며 파스타 면과 유기농 차를 구매했다. 계산하면서 비건 방식의 와인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일반 와인은 젤라틴, 합성착향료와 같은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는 반면 비건 방식의 와인은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어졌다고 한다.

Epilogue

동물권 보호와 비건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희생되는 환경과 동물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다. 기자가 동물권 단체와 비건 관련 브랜드를 방문하면서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당장 완벽함보다는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물권 운동가는 당신이 동물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완벽한 동물권 운동가와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동물권 신장부터 비건 생활까지, 평소 무관심하던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면 오늘 하루 조그마한 변화를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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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9-19 19:24:41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매일은 못하지만 가끔씩 비건생활을 하려 노력합니다. 우리나라도 더더욱 비건프렌들리 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