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꺼내보면 즐거운 이야기, 첫사랑
가끔 꺼내보면 즐거운 이야기, 첫사랑
  • 우윤정(중국어·1)
  • 승인 2018.09.19 13:12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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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년 전.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벚나무에서 조그만 꽃봉오리가 지기 시작할 때 나의 첫사랑도 함께 시작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이동식 수업 시스템’을 적용했다. 새로운 시스템에 맞춰 적응해가며 수업을 들으러 이동하고 있을 때, 창가에서 친구와 얘기하고 있는 한 남자아이를 봤다. 별것도 아닌 그 모습에 나는 아주 빠르게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졌고 내 시선의 끝엔 항상 그 아이가 걸렸다.

그 이후로, 그 아이한테는 별것도 아닌 행동들이 너무나 커다란 의미가 돼 나에게 왔다. 한 번은 방과 후 수업 시간이었다. 그 남자아이는 우리 반에서 방과 후 수업을 들었는데, 우연히 내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 아이가 방과 후에 쓰고 떠나간 내 책상 위에는 자그마한 낙서가 있었다. 그 아이가 그린 그림과 악동뮤지션의 ‘give love’가 쓰여있었다. 그 아이의 행동 하나가 나에게 너무 크게 다가왔었기에 나는 커다란 착각을 했었다. ‘give love’의 가사와 제목으로 봤을 때, 나는 그 아이가 나한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 아이에게 엄청나게 직진했다. (다음에 그 아이가 말하길 정말 아무 뜻도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벚나무의 벚꽃이 필 때, 그 아이는 자기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사귀게 됐다.

정말이지 행복했다. 벚꽃이 흐드러질 때 우리는 그 길을 걸으며 꽤 많은 말을 했고 하교도 같이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때의 나로선 처음 사귀는 남자친구였고, 여자중학교 출신으로 난생처음 그렇게 오래 남자아이와 얘기를 해봤기에 어떤 대화 주제를 골라야할지 몰라 항상 고민했었다. 내 말 한마디가 그 아이한테 상처가 될까 싶어 조심하다 보니 말수가 적어져, 그 아이는 내가 정말 조용하고 지루한 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1년이 조금 넘어가던 날에 나의 첫사랑은 끝이 났다. 그 당시에는 그 아이 탓을 정말 많이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내 감정에 내가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정작 그 아이의 감정이 어떤지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 아이와의 나의 인연(?)은 그 이후로도 지독하게 이어져 지금까지 연결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그 아이의 소식이 내 귀에 들어온다. 아마 그 아이 역시도 내 소식이 귀에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우린 언젠가는 무슨 이유로라도 만나게 될 거 같다. 그 만남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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