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인 시대, 약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잠이 보약’인 시대, 약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 손나은·김미주 기자
  • 승인 2018.09.19 13:13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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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피로가 누적된 뇌의 활동을 주기적으로 회복하는 생리적인 의식상실 상태라고 정의된다. 수면을 통해 피로를 해소하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삶에서 적절한 수면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수업과 과제에 쫓기는 대학생들의 수면의 질은 점점 떨어져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수면 재단에서는 청년(18~25세)의 수면 시간을 7~9시간으로 권장했다. 또한 한국 수면 협회에서 수면 시간과 수명과의 연관 관계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8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수면 시간은 OECD 조사 대상 국가(18개국) 중 최하위권으로, 2017년 ‘알바몬’ 수면 통계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대학생들의 수면 시간은 하루 평균 6시간으로 권장 수면 시간인 8시간보다 낮게 조사됐다. 그렇다고 무조건 잠을 많이 자는 것도 좋지 않다. 과다 수면 또한 문제가 되는데 실제로 잠을 지나치게 자는 것이 적게 자는 것보다 건강에 해로우며 특히 뇌졸중 위험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뇌졸중학회 연례회의에서 나온 연구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경우엔 뇌졸중 위험이 146%까지 증가했지만, 7시간 이하 잠을 자는 경우 뇌졸중 위험은 22% 정도 높아지는 것에 그쳤다. 그렇다면 적절한 수면 시간은 어느 정도며 어떻게 해야 건강한 수면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일러스트 채은빈 기자

# 잠들지 못하는 학생들

본지에서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 대학 재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재학생들은 대학생의 이상적인 수면 시간을 6~8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의 수면 시간은 3시간 이상 4시간 미만이 3%, 4시간 이상 5시간 미만이 10%, 5시간 이상 6시간 미만이 36%, 6시간 이상이 51%를 차지해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본인이 바라는 수면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3시간 정도 잠을 잔다는 이승민(경제·2) 씨는 “늦은 약속이나 많은 과제 등으로 하루에 2~3시간씩 잘 때가 많다”며 “쪽잠으로 잠을 보충하려 해도 늘 피곤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적절한 수면 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 질문에서는 ‘수면 직전 휴대전화 사용’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휴대전화의 LED 조명에서 발생하는 청색파는 수면 호르몬이라 할 수 있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한다. 또한 잠자리에 든 이후에도 청색파에 많이 노출되면 뇌가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낮으로 인지해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김유경(화학공·1) 씨는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나쁜 습관이라는 것을 알지만 고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 잠을 못 자는 이유로 휴대전화(48%)를 제외하고 과제(16%), 기타(20%), 그 뒤로 스트레스(10%)와 고민(6%) 순서로 나타났다.

수면 방해 이유로 기타를 선택한 최인희(화학공·1) 씨는 “카페인이 조금만 들어가도 잠을 못 잔다”며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카페인을 먹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 힘들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상담센터 관계자는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일상의 리듬이 깨지고 마음의 고통이 악화될 수 있다”며 “수면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감, 졸음, 의욕 상실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상태가 심할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불면증만이 수면장애가 아니다

한 번쯤은 자고 또 자도 도저히 피곤이 가시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잠을 청할 때마다 다리가 저려 옴짝달싹도 못한 경험이 있거나, 수면 중 자신도 모르게 말을 하고 수면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경험이 있을 수 있다. 단순하게 잠버릇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전부 수면장애로 취급된다. 그중 대학생이 쉽게 겪을 수 있는 수면 질환은 주간 과다졸림증과 사건 수면이다.

주간 과다졸림증은 생활 주기가 불규칙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수면 질환이다. 수업이나 회의 중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지거나, 일상생활을 하다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졸림이 찾아오는 상태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는 집중력 저하로 인해 업무나 학업의 수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준다.

김혜윤(경영·2) 씨는 “수업 도중 잠을 참지 못하고 조는 학생의 모습을 많이 봤다”며 “자는 학생들이 많으면 수업 분위기도 저해되는 만큼 모두를 위해 질환을 극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간 과다졸림증은 약물 치료법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인 습관 교정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낮잠 등 불규칙한 수면을 가져오게 되는 버릇을 자제하고,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 지킨다면 과다졸림증을 해결할 수 있다.

사건 수면은 수면 중 돌발적인 행동이나 발언을 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수면보행증이나 심한 잠꼬대 등이 사건 수면의 증상이지만 심각한 질환이라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수면 중 보행의 경우 원치 않는 행동으로 인한 상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사건이 심각한 경우 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해 3월 동춘동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은 가해자의 정신 착란과 함께 몽유병이 진행돼 발생했다. 당시 가해자는 범행을 저지른 수법이나 사용된 흉기 등 자신의 범행임에도 불구하고 범행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결과, 가해자의 몽유병 증세로 인해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수면장애가 심각한 경우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 편안한 밤잠을 위해

편안한 밤잠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대한수면연구학회가 규정한 「건강한 수면을 위한 십계명」에서는 낮잠을 피하고 운동으로 활발하게 신체를 움직일 것을 권장한다. 수면 질환은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원인이 대다수인 경우이기에, 스스로 행동을 교정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활상담센터 관계자는 “우울함이나 불안이 높은 경우에 수면에서의 어려움이 흔히 나타나게 된다”며 “저절로 나아질 거라 생각해 나타나는 증상을 내버려두지 말고 친구와의 교류나 가족과의 상담 등을 통해 질환을 치료하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수면 질환이 습관 개선으로 호전되지만 일부는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미치는 경우도 존재한다. 수면 질환은 수면장애라고도 지칭되는 만큼, 자가 진단으로 그러한 심각성의 정도를 판단하기엔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증상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 발생하는 뇌파를 분석해 수면 질환에 대해 알아보는 검사이며, 신체기능까지 함께 검토받을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클리닉이 가능한 병원에서 검사받을 수 있다.

조별과제, 중간고사, 취업 준비 등 우리는 불안과 압박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로 고통받고 이는 수면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우리에게 나타나는 수면 질환은 무의식 속 몸이 나타내는 구조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받은 적 있다면, 잠시 자신의 생활을 뒤돌아보며 건강을 되찾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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