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존귀함을 이야기하다
그들의 존귀함을 이야기하다
  • 이다현 수습기자
  • 승인 2018.09.20 18:10
  • 호수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기업 아만보 10. 마리몬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첫 수요 집회는 1992년, 어느덧 27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 받아야 할 사과를 받지 못한 피해자 할머니들은 여전히 ‘위안부’라는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기엔 지칠 대로 지치신 할머니들. 여기, 온 마음을 다해 위안부 할머니와 힘든 길을 함께 걷고 있는 기업이 있다.

존귀함을 추구하는 기업 마리몬드의 윤홍조(32) 대표는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막연하게 뭉뚱그려 바라봤다는 것에 죄송스러움을 느꼈고 한 분 한 분 고유한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동아리 활동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그는 후회 없는 일을 하고 싶다는 고민 끝에 2012년, 마리몬드를 설립했다.

윤 대표는 동생의 등록금으로 모아놓은 500만 원 정도의 돈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부족한 시작이었지만 이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한국사회적기업가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금액을 지원받았고, 프로그램 참가 기업 중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현대차 창업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추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마리몬드의 존재를 알렸던 ‘꽃 할머니 프로젝트’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에코백, 문구, 의류 등에 플라워 패턴을 입혀 일상 속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故 심달연 할머니와 故 김순악 할머니의 압화 작품을 바탕으로 개발한 플라워 패턴을 기반으로 할머니마다 고유한 꽃을 부여하고, 이를 다시 디자인으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마리몬드는 ‘꽃 할머니 프로젝트’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할머니들의 말씀을 이어받아, 우리 주변의 보호받지 못하는 학대 피해 아동으로 ‘동반자(마리몬드의 후원 대상)’를 확대해 ‘프로젝트 나무’를 진행하고 있다. 윤 대표는 ‘프로젝트 나무’의 첫 번째 패턴은 생명과 회복을 상징하는 아몬드 나무를 형상화한 것으로, 학대로 생명을 위협받는 아동을 향한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리몬드는 영업이익의 50%를 아동을 위한 기관(굿네이버스·세이브더칠드런·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전달해 학대 피해 아동의 심리치료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윤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기업의 본질은 ‘동반자’에게 있기에 이러한 후원 활동이 기업 운영의 본질과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소셜 벤처 기업으로서 홍보 활동을 규모 있게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마리몬드의 철학과 제품, 콘텐츠를 고객들이 스스로 퍼트려주신 것이 가장 효과적인 홍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리몬드는 팬클럽, 투어데이를 운영하는 등 고객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회사, 브랜드, 개인과 협업해 마리몬드의 이야기를 전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창업을 하고자 할 때 하는 일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라”며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믿음과 확신이 없다면 창업은 더 힘든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서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와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어떤 일을 왜 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깨닫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다현 수습기자
이다현 수습기자 다른기사 보기

 gracodm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